포스코 '충격과 실망'..성폭력 2차 가해·늑장 조치 논란에 '노동부 엄정조치' 경고

포항제철소 여직원 A씨 성폭력 피해..'늑장 조치' 비판
고위급 임원 6명 징계.."사회적 파장 커진 이후에야"
'최정우 회장 사퇴' 촉구.."사과문은 김학동 부회장만"
직원 단체 대화방서 '여성 비하' 쏟아져..조직문화 논란

이정화 기자 승인 2022.06.29 14:48 의견 0
[자료=포스코]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포스코를 향한 맹비난이 연일 쏟아진다. 최근 사내에서 여직원이 수년 동안 성폭력을 당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특히 사건 이후 싱거운 조치와 처리 과정에 대한 실망감이 여기저기 번지고 있다. 최정우 회장이 김학동 부회장(64·사진) 뒤에 숨어 사태를 지켜만 보고 있다는 비판과 '늑장 사과', '뒷북 징계', '여혐 조직 문화'를 향한 논란도 만만찮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논란이 된 사내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고위급 임원들을 중징계했다. 징계 대상은 김학동 대표이사 부회장과 부사장급인 생산기술본부장, 포항제철소장을 포함해 6명이다.

또 포스코가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한 날 동의 없이 피해 여성의 집에 찾아가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지목된 임원 2명도 포함됐다.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초 포스코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사건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면서 서둘러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늑장 징계'라는 비난 화살이 꽂힌 이유다.

앞서 포스코 포항제철소 여직원 A씨는 같은 부서에 일하는 직원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 7일 경찰에 고소했다. 또 술자리에서 자신을 추행한 혐의로 직원 2명, 성희롱한 혐의로 직원 1명을 고소했다.

B씨는 지난달 말께 A씨 집에 들어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직원 3명은 회식 때 A씨를 성추행하거나 성희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최근 파문이 발생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노동부는 "여성 근로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심각하게 침해된 상황임을 엄중하게 인식해 경찰과 긴밀한 조사 협조체계를 구축했다"며 "사업주의 법 위반이 사실로 확인되면 형사 입건, 과태료 부과 등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의 불씨는 이곳저곳으로 옮아 붙고 있다.

우선 회사 측이 성폭력 사건을 인지한 이후에도 10여일동안 같은 건물에 있는 A씨와 B씨 사택을 분리하지 않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는 논란이 나왔다.

이어 포스코가 직원보다 기자에게 먼저 사과했다는 논란도 이어졌다. 지난 23일 포스코는 출입기자들에게 메일로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보냈다.

사과문에는 "최근 회사 내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성윤리 위반 사건에 대해 피해 직원 및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회사는 엄중하게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정작 포스코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당일 아무런 사과의 메시지도 받지 못했다며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도 사과문을 발표한 당일 기사로 접했다는 것이다.

이에 포스코 측은 기자들에게 보낸 사과문이 "회사를 아끼고 지켜봐주시는 모든 분들에 대한 사과였다"고 해명했다.

직원들을 향한 사과문이 담긴 사내 메일은 앞선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닷새 만에 보내졌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이번에도 최정우 회장이 아닌 김학동 부회장이었다.

이런 까닭에 김 부회장 뒤에 숨은 최 회장도 비난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앞서 입장문을 통해 "내부 성 문제, 비리 문제, 윤리 문제 수사에 대한 공정성이 없고 처벌에 대한 형평성이 없는 실태"라며 "최정우 회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건의 여파는 이뿐만이 아니다. 포스코 직원 400여명이 모인 익명의 단체 대화방에서 '여성 비하' 발언이 쏟아졌다는 제보가 나오면서 성윤리 인식이 부족한 조직문화에 대한 비판까지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포스코의 이 같은 사건 늑장조치와 조직 문화에 대해 "(임원들에게) 어떤 중징계를 내렸는데?", "눈 감고 묻어줬으니 계속 저러지",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게 놀랍다", "피해자가 만만해?", "첫 번째 고발 이후에도 반성없는 태도로 일관한 걸로 알고 있어 더럽고 추악해", "피해자 집을 왜 찾아가", "이 사건 어영부영 안 묻혀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포스코는 "지난 27일 사건 피해자와 관련 직원에 대한 관리책임을 물어 임원 6명에 대해 중징계했다"며 "관련 직원 4명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다음 달 1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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