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삼성] ③반도체 대규모 투자 스톱 위기..글로벌 경쟁력 약화되나

이상훈 기자 승인 2021.01.21 17:44 의견 0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자료=삼성전자]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삼성전자 내부의 근심이 깊어졌다.

삼성 그룹은 계열사별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황이다. 하지만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투자 등 큰 의사결정을 계열사나 사업부가 직접 내리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이전처럼 적기에 수조원대 '빅딜'을 성사시키거나 혁신 속도를 높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반도체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도 2030년까지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목표 달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맞아 투자 늘리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17년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해 호황을 누릴 당시 43조4000억원의 시설투자를 실시했다. 또 지난해에도 35조원 이상 시설투자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나 올해 초유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전망되고 있어 반도체 분야에 큰 투자가 절실하다. 올해는 5G 이동통신의 글로벌 시장 확대, 디지털 전환 가속화, 전기차 공급 본격화, 세계 경기 회복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도 반도체 분야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는 지난해보다 각각 19.1%, 34.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품 단가도 2분기부터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 첫 영업일인 1월 4일, 경기도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이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자료=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올해 첫 업무일인 지난 4일 공식 일정을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후, 반도체부문 사장단과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날 행사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외에도 이용한 원익IPS 회장, 박경수 피에스케이 부회장, 이우경 ASML코리아 대표, 이준혁 동진쎄미켐 부회장, 정지완 솔브레인 회장 등 협력회사 대표 5명도 참석해 평택 2라인 구축/운영 현황과 반도체 투자/채용 현황, 협력회사와의 공동 추진과제 등을 보고받았다.

그에 앞선 2019년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의 기술 격차를 벌리고 세계 1위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성장 위해 발로 뛴 이재용 부회장

지금의 삼성전자로 성장하기까지 사업부마다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반도체와 모바일 분야 고속성장은 삼성전자를 지금의 기술기업으로 만드는 주축이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선친에게도 각별했던 반도체 분야만큼은 직접 챙기며 애정을 쏟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6월에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반도체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8월에는 삼성전자가 미국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탁 생산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해당 CPU는 삼성전자의 첨단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nm)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삼성전자와 IBM의 협력은 지난 2016년 7월 이 부회장이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개최된 '선밸리 컨퍼런스'에서 지니 로메티 IBM CEO와 단독 회동을 가지며 쌓은 관계의 결실이다. 삼성전자와 IBM은 10년 이상 줄곧 반도체 공정기술 분야에서 협력해왔지만 이번 파운드리 계약을 통해 양사의 생산분야 협력이 더욱 강화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왼쪽부터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ASML CT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피터 버닝크(Peter Wennink) ASML CEO. [자료=삼성전자]

지난해 10월에도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의 경영진을 만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ASML 본사에서 피터 버닝크 CEO를 만나 7나노(nm)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장비 공급계획과 운영 기술 고도화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출로 큰 영업이익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기술 1위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다. 대규모 R&D와 인수 등 굵직한 사안과 관련해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선친이 병상에 있던 시절부터 이 부회장은 빠르고 과감한 결단으로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들었다.

지난해 선친의 작고로 삼성 경영은 물론 세부적인 경영권 승계와 상속세까지 처리해야할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영어의 몸이 됐다.

삼성은 바로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은 임직원 30만명에 이르는 거대 기업이다. 지금까지 덩치에 비해 빠르면서도 과감한 결단이 삼성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의사 결정 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의 경쟁력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내부 시스템이 총수의 부재라는 악재를 넘어 설 수 있을지 우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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