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진희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구금되어 있는 한국인 근로자들을 태우고 올 전세기 비용 부담을 한다. 전체 비용은 10억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지 공장 건립은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이번 사태로 완공까지 수개월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현지에서 체포되는 한국인 근로자들 (사진=미국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10일 외교부와 업계에 따르면 구금자들을 태우고 올 대한항공 B747-8i 기종이 페리 비행으로 출발한다. 페리 비행이란 현지까지 승객을 태우지 않은 상태로 비행하는 것을 말한다. 빈 좌석 상태로 미국에 도착한 전세기는 이날 오후 구금됐던 한국인 300여 명을 태우고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 10억원 가량은 LG에너지솔루션이 부담한다.
항공기는 평소 미주 노선에 투입되는 여객기로 368석을 갖췄다. 이번에 구금됐다가 풀려나는 한국인 300여 명이 동시에 탑승할 수 있는 규모다. 석방된 한국인들은 우선 조지아주 남부 포크스톤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에서 차로 약 4시간 30분 거리(428㎞) 떨어진 애틀랜타 공항으로 이동한 뒤 전세기에 탑승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은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한 475명을 체포했다. 구금된 한국인들은 전문직·투자자 비자 대신 전자여행허가제(ESTA)나 단기 방문(B1) 비자를 소지한 채 현지에서 일하다 단속 대상이 됐다.
■ 내년 가동 예정이던 공장 건립, 최소 수개월 지연
이번 사태로 미국 조지아주에 소재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배터리셀 합작 공장 ‘HL-GA 배터리 회사’의 건설은 전면 중단됐다. 현장에는 주재원 비자(L-1) 또는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보유한 직원들만 근무하고 있다. 또한 현지의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구금된 한국인 석방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단속 직전 이 공장은 외부 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의 협력업체 직원들이 배터리셀 생산을 위한 장비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 단계에서 미국 당국에 단속이 된 것이다. 구금된 LG에너지솔루션 직원 47명은 배터리셀 설비와 인프라 담당 인원들이다. 공장 내부 인테리어를 맡고 있던 협력업체 직원 중 구금된 62명 도 한국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이 공장을 올해 말까지 완공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연간 30GWh(기가와트시), 전기차(EV) 30만대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였다.
미국 당국의 단속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건설 중단과 함께 ESTA 비자 출장자는 즉시 귀국시켰다. B1·B2 비자 소지자들은 숙소에 대기하도록 조치했다.
차후 비자 발급에서 난항도 예상된다.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근로하기 위한 H-1B 비자는 발급 요건이 까다롭고 최소 수개월 이상 걸리는 탓이다. H-1B는 추첨을 통해 이뤄지는데, 미국 빅테크 기업을 위한 할당이 존재하는 만큼 공장 건설에 필요한 인력이 충분히 투입 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한국은 연간 2000건 수준의 H-1B 비자만 승인 받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