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해 삼성 브랜드를 앞세워 압도적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다른 건설사들의 시선이 따갑다.

국내 건설사가 성장하는 모습은 반기면서도 브랜드 파워에 밀려 그 어떤 노력도 통하지 않는다는 허탈감 때문이다. 반면 브랜드를 뛰어 넘을 만한 자사만의 분명한 장점이 있는지 살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물산 본사 전경 (자료=삼성물산)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도시정비(도시 재개발 및 재건축) 시장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 기세대로라면 올해 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이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8월 격전지로 평가된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을 비롯해 삼호가든 5차 사업까지 연달아 수주에 성공했다. 또 앞서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과 지난 4월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 사업까지 가져갔다.

하반기 도시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여의도대교아파트 사업에서도 경쟁사인 롯데건설이 포기하며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게다가 삼성물산은 문래동4가 재개발사업과 성수2지구 등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주요 사업지를 싹쓸이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핵심지역 우량 물량이 많이 나왔고 해당지역 조합원들은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희소성과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한 래미안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면서 “하반기 여의도 대교 등 핵심 입지의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속 수주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삼성물산의 독주를 바라보는 일부 건설사들은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흔히 삼성 브랜드가 아니었다면 이같은 수주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삼성물산은 최근 대우건설과 맞대결을 펼친 개포우성7차 사업에서 옆집 거실이 훤히 보이는 구조가 문제되자 일부 골조를 변경하기로 하면서 입찰지침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또 지하주차장 설계도면 오류 논란까지 제기됐지만 삼성 브랜드를 원하는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만약 삼성물산이 아닌 다른 건설사가 입찰 과정 중에 설계안의 골조 변경을 했다면 조합에서 바로 입찰지침 위반으로 사업서 제외시켰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입찰 과정을 보면서 그 어떤 조건으로도 주요 지역에서는 삼성물산을 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예를 들어 개포우성7차 사업의 경우 브랜드를 가리고 설계안과 사업 조건만으로 다퉜다고 가정하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다른 건설사들이 삼성물산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경쟁력을 갖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과 주요 지역에서는 다른 조건 필요없이 삼성물산이 들어오면 이긴다는 말이 도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경쟁을 피할 순 없다”면서 “브랜드를 넘을 수 있는 기술력이나 사업조건, 설계안 등 자사의 압도적인 장점이 있는 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