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의 휴면예금 환급률이 다른 업권과 비교해 저조할 뿐만 아니라 은행 간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일부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보다 못한 한 자릿수의 환급률을 기록했다.
은행권은 업권 특성을 고려해야 하고 통계치에 일부 ‘착시 효과’도 있다고 주장한다.
은행연합회에서 운영하는 휴면계좌 통합조회 시스템 홈페이지 화면(이미지=휴면계좌 통합조회 시스템 화면 캡쳐)
3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70개 금융회사의 휴면금융자산 환급률 현황을 보면 최근 3년간 평균 환급률은 28.9%였다. 주요 시중은행인 하나은행은 4.65%, 우리은행은 4.03%로 상대적으로 부진했고 신한은행은 1.77%라는 ‘민망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0.31%)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 성적이다.
업권별로는 카드사(78.7%)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손해보험사(44.1%), 생명보험사(39.4%), 증권사(20.9%)가 뒤를 이었다. 반면 은행권의 평균 환급률은 8.1%에 그쳐 저축은행(4.3%)과 함께 하위권에 머물렀다.
은행별 편차는 더욱 극심했다. 광주은행이 26.18%로 은행권에서 환급률이 가장 높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15.38%)와 국민은행(15.14%), IBK기업은행(12.49%)이 두 자릿수 환급률로 선방했다.
휴면예금이란 은행 예·적금 및 부금 중에서 최종 거래일로부터 5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금융자산을 말한다. 올해 6월말 기준 숨은 금융자산은 총 18조4000억원, 장기미거래 예적금은 14조1000억원이다.
은행권은 타 업권에 비해 환급률이 낮은 이유로 구조적인 문제를 꼽는다. 오랜 기간 거래가 끊긴 장기 적체 계좌가 많고 고객 정보가 부정확해 연락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계좌당 잔액이 몇백 원, 몇천 원 수준의 소액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고객 스스로도 환급에 소극적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시각은 다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업점별 환급 목표를 설정하고 실적을 관리하거나 자체 캠페인을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금융사가 있는 반면 일부 회사는 회사 차원의 관리 노력이 미흡하다”며 “비대면 환급 신청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환급 편의성이 떨어지는 곳도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환급률이 높은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1년 일찌감치 서민금융진흥원과 손잡고 ‘휴면예금·보험금 찾기’ 서비스를 도입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2022년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서금원과 연계된 마이데이터 사업자 앱을 통해서도 휴면예금 조회가 가능해졌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관련 서비스를 개시했고 하나·농협은행은 오는 10월 도입 예정이다. 이처럼 시스템 도입 속도와 적극성에서 은행별 차이가 환급률 격차로 이어진 셈이다.
환급률이 낮은 은행들은 통계 방식에 ‘착시 효과’가 있다고 항변한다. 현재 환급률은 환급된 금액이 아닌 계좌 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대형 시중은행일수록 소액 휴면계좌 수가 월등히 많아 비율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휴면예금으로 분류된 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기까지의 짧은 기간 동안의 환급 실적만 반영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다는 입장도 내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 환급 계좌수보다는 환급액이 더 중요하다”며 “소액 휴면계좌가 많은 은행과 그렇지 않은 은행간 환급률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저조한 휴면예급 환급률을 높이기 위해 은행권도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환급률이 낮았던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시행 중이다. 기존 연 1회였던 휴면예금 보유 고객 안내를 2회로 늘렸다. 고객이 별도로 환급을 신청하지 않더라도 고지 절차를 거친 후 본인 명의의 다른 신한은행 계좌로 자동 이체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환급 절차 도입 이후 올해 환급률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달 중 ‘숨은 금융자산 찾아주기 캠페인’을 실시하고 환급 실적을 공개해 금융사들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유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