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SPC그룹이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이달부터 근무제도 개편안을 시범 운영한다. 아울러 680억원을 투입해 노후된 장비도 교체한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공장 근로자 안전사고에 대해 유의미한 근무환경 개선을 이끌어 낼 지 관심이 쏠린다.
4일 SPC그룹에 따르면 이달부터 야간 8시간 초과 근무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근무제도 개편을 시범 운영한다. 개편안은 노사 합의를 거쳐 10월부터 전 계열사에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조사를 마친 노후 시설 교체도 시작해 시설 최신화도 이룬다.
SPC그룹이 이달부터 야간 8시간 초과 근무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근무제도 개편을 시범 운영한다.(사진=SPC)
이번 개편안은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존 52시간에서 48시간 이하로 단축하고 3조 3교대 근무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SPC삼립, 샤니 등 일부 계열사에는 3조 3교대 근무 체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부 라인은 4조 3교대 근무도 검토 중이다. SPL, 비알코리아 등에는 기존 주간조와 야간조 사이에 중간조를 신설해 야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공백을 보완한다.
SPC는 근로자의 근무시간 단축 외에도 근로환경 개선과 임금 보전 등을 위해 1000억여원 투자도 결정했다.
SPC삼립은 지난달 681억원을 투입해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시화를 비롯해 청주, 충주, 세종, 서천 등 5개 공장의 노후화 설비를 교체하고 자동화 라인을 증축한다고 밝혔다. 안전 강화 및 생산 환경을 개선한다는 목적이다. 사고가 발생했던 설비는 조사 후 전면 철거 및 폐기를 진행 중이다.
투자를 발표했던 지난해 11월 당시만해도 베이커리 생산 케파를 확대해 지속성장 동력 확보가 목적이었지만, 이번 산업재해와 맞물려 안전한 근무환경 강화 측면을 보완했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도 보전해준다는 방침이다. SPC그룹은 이를 위해 연간 330억원 비용을 추가 투입한다. 기본급을 인상하고 야간수당 가산율 50%에서 75%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대 조가 늘어난 만큼 250명 추가 고용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는 안전보건 관리 인력 증원도 포함된다.
업계는 SPC의 야간 8시간 초과 근무 폐지 및 3교대제 도입은 장시간 노동에 의존해 온 국내 식품 제조업계의 오랜 관행에 변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지에 주목한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사고 현장에 방문해 지적했던 만큼 업계 전반으로 공장 근로환경 개선이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PC삼립 측은 “이번 사고에 대해 많은 분들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를 시행하고 안전을 저해하는 관행과 습관을 현장에서 피드백하는 지속 개선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