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노조의 교섭 대상인 사용자 범위를 근로 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시행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건설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조합원, 진보당 당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설경기 침체와 부동산 규제 강화, 최근에는 산업재해에 대한 강력한 정부의 압박으로 숨쉴 구멍을 찾던 건설사 입장에서는 내수는 끝났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현실적으로 해외 수주가 어려운 중소 건설사들은 도산 위기에 처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첫 타깃은 건설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 건설현장의 민원을 모두 받아들일 처지가 되는 데 이로 인한 공사 지연 등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공사가 지연되면 인건비 증가는 물론 공사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용 증가로 분양가가 대폭 상승하게 되고 이로 인해 특히 지방 지역에서는 미분양 사태가 예상된다는 게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이 사태가 반복될 경우 건설사들은 손해 방지를 위해 인구 밀집도가 낮은 지역은 수주를 피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가령 신도시와 같은 공공사업의 경우 발주한 기관이나 정부 장관, 또는 대통령 등이 나서 교섭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건설사도 피해를 보지만 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평범한 국민들까지 내집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교섭 범위가 원도급 선에서 책임이 끝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법적인 측면에서는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건설사들이 격양된 반응을 보이는 배경은 최근 어려운 건설경기가 반영됐다. 이미 수년전부터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고 주요 건설사 조차 매번 악화된 실적을 내놓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인건비가 증가하고 최근엔 산업재해 책임이 원인 규명없이 타깃이 건설사로 향하면서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도 국내 건설업계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건설업계의 주장대로 산업재해 엄벌 기조, 노란봉투법 통과 등으로 국내 공정 진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 건설사에 대한 투자를 선호한다"면서 "단기적으로 산업재해 엄벌 기조, 노란봉투법 통과 등으로 국내 공정 진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산업 자체를 죽이는 목적이 아니라면 산업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매출 규모의 일부를 안전관리에 투입해야 한다는 등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주요 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사가 안전관리 교육도 하고 휴식시간을 주고 현장서 건강체크도 하면서 최선을 다해도 불가피한 사고 하나로 모든 현장이 중단되는 실정"이라며 "어느 정도까지 안전관리에 투입하면 건설사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기준이라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