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신한은행이 올해 지역재투자평가에서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다. 지방자치단체 금고 운영 부문에서 시중은행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신한은행이 정작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지역재투자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은행 본점 전경 (사진=신한은행)

28일 금융위원회의 2025년 지역재투자 평가결과 5대 시중은행 중 KB국민·하나·NH농협은행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우수’ 등급으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은 이들보다 낮은 ‘양호’ 등급에 그쳤다.

전체 15개 평가 대상 은행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신한은행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신한은행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곳은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씨티은행과 특수은행인 수협은행 단 세 곳뿐이다. 사실상 주요 은행 중에서 가장 낮은 셈이다.

지역재투자평가는 2018년 금융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주도로 도입방안이 마련돼 2020년부터 평가가 시행되고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예·적금을 수취하는 지역의 경제 성장과 균형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지역 내 자금공급 실적, 중소기업 및 서민대출 지원 실적, 금융 인프라 투자 현황, 지역금융 지원전략 등을 심사해 최우수·우수·양호·다소미흡·미흡 등 5등급으로 평가한다. 해당 결과는 금융감독원 경영실태평가,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청 금고 선정 기준 등으로 활용된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역재투자평가 등급이 하락해왔다는 점이 더욱 뼈아프다. 2020년과 2021년 우수 등급을 유지했던 신한은행은 2022년, 2023년 양호 등급으로 떨어졌다. 2024년 우수 등으로 올랐지만 올해 다시 한 단계 떨어졌다. 이는 2020년 우수 등급이던 국민은행이 올해 최우수 등급으로, 같은 기간 다소미흡 등급이던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최우수, 우수 등급으로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지역재투자평가 결과는 신한은행이 5대 시중은행 중 농협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자체 금고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과 모순된다.

행정안전부의 ‘2025 지자체 금고지정현황’ 자료를 보면 NH농협은행이 170개로 압도적인 1위고 신한은행이 20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KB국민은행(18개), 우리은행(15개), 하나은행(12개) 등 다른 시중은행들을 앞서는 실적이다.

신한은행이 지자체 금고 강자로 군림해온 배경에는 막대한 ‘출연금’이 있다. 2017년부터 2024년 7월까지 신한은행이 지자체에 낸 출연금은 1조37억원이다. 2위인 농협은행(6061억원)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출연금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지자체들이 금고 선정 시 지역재투자평가 결과의 가중치를 높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 광주 등 주요 광역자치단체는 이미 금고 선정 평가 항목에 지역재투자 실적을 반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3일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지방정부의 금고 선정과 이자율 문제를 전수조사해 공개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업계는 신한은행의 부진한 평가 등급의 원인으로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영업 전략을 꼽는다. 비수도권 지역의 여신 증가율이나 중소기업·서민 대출 지원 비중, 지점 수 등 금융 인프라 투자 측면에서 다른 최우수 등급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를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 측은 지역재투자 확대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지자체 금고 선정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광주은행과 ‘같이성장’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지방은행 지역 금고 경쟁에 참여를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신한은행은 디지털 협업체계 구축과 소상공인 금융지원 및 지역 내 취업 활성화 지원 등을 약속했다.

아울러 같은 그룹사인 제주은행을 통해 지역재투자 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제주은행은 국내 1위 ERP(전사자원관리) 기업 더존비즈온과 ERP뱅킹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제주 대표 지역은행으로서 사업 성과로 창출된 수익을 지역금융 활성화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 선정과 상관없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재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