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국내 배터리 3사의 공장 가동률이 50% 내외로 줄었지만 인력과 R&D·설비 투자는 오히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19일 각 사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임직원 수는 1년 전보다 17% 늘어난 1만1652명, 삼성SDI는 7% 늘어난 1만1291명, SK온은 업계 최대치인 57% 증가율로 3222명을 기록했다.
2025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상반기 공장 평균 가동률은 51.3%에 불과하다. 삼성SDI와 SK온도 각각 44%, 52.2%로 절반에 그쳤다.
LG에너지솔루션 산학협력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평균 임금도 모두 가파르게 상승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1인당 평균 연봉은 7100만원으로 30% 이상 올랐고 삼성SDI(4300만원)와 SK온(5400만원) 모두 임금이 크게 인상됐다. 올해 상반기 3사 R&D 투자금만 1조1500억원에 달했다.
수요 둔화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배터리 업계는 오히려 투자와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가 지금을 위기가 아닌 '구조 대전환 시기'로 진단하는 탓이다.
SK온은 충남 서산 공장에 1조5000억원을 신규 투자하면서 핵심 생산거점 체질을 바꾸고 있다. 삼성SDI 역시 울산 공장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을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 공장에 6000억원을 투입해 전 세계 생산기술을 검증하고 이전하는 ‘마더 팩토리’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윤철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중국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저가 공세로 시장을 흔들었지만 미국의 관세 장벽 등으로 국내 기업들도 자체 LFP 생산 계획을 공격적으로 수립하고 있다”며 “이번 변동성을 계기로 한국 배터리업계가 기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ESS 등 새로운 성장 엔진에도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은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다.
하 센터장은 “AI 데이터센터, 대규모 산업용 전력 등에서 폭증하는 저장 수요로 ESS 시장이 급성장 중”이라며 “국내 업체들은 생산라인을 ESS와 차세대 배터리로 신속 전환, 구조적인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역시 일각에서 제기된 침체론과 달리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이다.
하 센터장은 “전기차(EV) 수요는 정책·시장 환경 변화에도 선형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자율주행 등 미래차 혁신 흐름도 여전히 강하다. 배터리 3사는 LFP를 비롯한 저가형 전지와 고급형 및 차세대 전지 기술을 동시에 개발함으로써 포트폴리오와 시장 대응력을 극대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도 현재 상황을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닌 산업 체질 개선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대규모 투자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