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중국산 웨이퍼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한화솔루션이 공급망 리스크를 뚫고 자립형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국산화와 수직계열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으로 미국·유럽의 탈중국 기조 강화 속에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 나서는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밸류체인의 잉곳·웨이퍼부터 셀·모듈·발전 운영 단계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강화한다. 회사는 미국 조지아주에 3조2000억원을 투입해 연간 8.4GW 규모 모듈 생산이 가능한 ‘솔라 허브’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서울 장교동 한화솔루션 사옥. (사진=한화솔루션)

글로벌 태양광 웨이퍼 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95%를 웃돈다. 한국 기업 대부분도 중국산 원재료 의존에서 자유롭지 못해, 통상 환경 변화와 정책 리스크에 취약하다.

이 같은 구조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화솔루션은 잉곳·웨이퍼 단계부터 셀, 모듈, 나아가 발전 운영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자체적으로 확보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원재료 국산화와 완제품 수직계열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수직계열화의 가장 큰 목적은 경쟁력 강화”라며 “미국과 유럽 시장이 성장하면서 가치사슬 이동에 따르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2000억원을 투입해 ‘솔라 허브’를 건설 중이다. 카터스빌과 달튼 공장을 중심으로 잉곳·웨이퍼·셀·모듈까지 연간 3.3GW씩 생산 가능한 세계적 규모의 수직계열화 단지다. 완공 후에는 연간 8.4GW 모듈을 공급해 약 13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통해 태양광 설치에 세액 공제와 보조금 혜택도 한화에 유리하다. 태양광 셀과 모듈을 현지에서 생산하면 각각 와트당 4센트, 7센트를 환급받아 원가 경쟁력이 한층 강화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내 정책 변화가 있었지만 미국 사업을 인센티브만 보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 해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폴리실리콘 생산량 30% 감산 조치로 공급 과잉 문제가 완화되고 가격 안정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한화솔루션에게는 추가적인 호재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 2분기 매출 3조1172억원, 영업이익 1021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3분기에는 일부 생산 차질과 품질 이슈로 단기 영업손실이 우려된다.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 시장은 2025년 신규 설치량이 약 695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5~2035년 연평균 성장률은 8~12% 수준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이 급격히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화솔루션의 국산화·수직계열화 전략은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세액 공제와 보조금 혜택이 미국 내 태양광 수요 확대를 견인하고 있어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한 기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