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사외이사 절반 이상이 현 회장 재임 중 선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감장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위한 ‘참호 구축’ 관행 비판이 나온 이유다.

다만 금융권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선임 단계별로 경영진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4대 금융지주 본사 전경 (사진=각사)

24일 4대 금융지주의 반기보고서 및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보면 이들 회사의 사외이사 32명 중 21명(65.6%)이 현직 회장 재임 기간 중 신규 선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대다수가 현 회장 체제에서 새롭게 교체됐다.

사외이사 구성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핵심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사외이사가 회장 후보 추천과 평가를 주도하기에 현직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셀프 연임’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나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9명 중 8명이 함영주 회장 재임 중 신규 선임됐다. 2022년 3월 이강원 사외이사를 시작으로 2023년 원숙연·이준서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이어 2024년 3월에는 주영섭·이재술·윤심·이재민 사외이사를 대거 추가 선임했고 올해 3월에는 서영숙 사외이사를 새롭게 합류시켰다.

우리금융 역시 사외이사 7명 중 6명(85.7%)이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교체됐다. 지난해 3월 이은주·박선영 사외이사가 신규 선임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김춘수·김영훈·이강행·이영섭 사외이사가 한꺼번에 새로 들어왔다. 이중 김춘수·김영훈·이강행·이영섭 사외이사는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9명 중 4명(44.4%)이 진옥동 회장 임기 중 선임됐다. 지난해 3월 송성주·최영권 이사가, 올해 3월 양인집·전묘상 이사가 영입됐다. 이 중 최영권 사외이사는 회장 후보를 추천하고 검증하는 핵심 기구인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소속이다.

KB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3명이 현 회장 재임 기간 중 선임돼 상대적으로 교체 비율이 낮았다. 지난해 3월 이명활 사외이사, 올해 3월 차은영·김선엽 사외이사가 새로 선임됐다.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임 문제는 올해 국감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주 회장이 되면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심어 참호를 구축하는 분들이 보인다”며 “이러면 오너가 있는 제조업체나 상장법인과 별반 다를 게 없어 금융의 고도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지난 5월에도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제고는 기존 사외이사 임기정책·금융환경 변화 등과 연동해 중장기적 목표에 따른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금융업계는 지속적인 지배구조 개편으로 사외이사 선임에 회장 및 경영진의 영향력이 거의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 모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후보군 선정, 숏리스트 압축, 평판 검증, 최종 후보 선정 등 각 단계를 엄격하게 분리해 경영진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속적인 지배구조 개편으로 사외이사 선임 절차의 독립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경영진이 후보 추천이나 검증에 개입할 여지는 사실상 원천 차단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