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이슈] 전태일 47주기와 박정희 동상 '기증식'

김다운 기자 승인 2017.11.13 11:47 의견 1

ⓒ서지훈/한국정경신문

[한국정경신문=김다운 기자] '전태일 47주기'에 하루 앞선 어제 일요일에 종로 5가의 전태일 동상 앞에서는 추모식이 거행됐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대규모 노동자단체와 알바·비정규직 노동자까지 함께한 노동자들은 '전태일 정신 계승'을 다짐하며 구호를 외쳤다. 오늘 47년 전 11월 13일은 22살의 청년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절규하고 청계천 거리에서 분신한 날이다.

그리고 얄궂게도 전태일의 기일과 같은 날인 오늘 상암동 박정희도서관에는 박정희 동상 기증식이 열렸다. 서울시 조례에 막혀 추진되지 못한 '건립식'을 '기증'의 형식으로라도 바람을 잡겠다는 의도이다. 애초 광화문 광장에 세워질 뻔 했던 박정희 동상을 기어이 상암동에라도 세워놓겠다는 것이다. 궁정동 안가에서 젊은 모델과 가수를 불러놓고 술을 마시던 박정희는 직속부하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의 딸인 박근혜가 탄핵으로 물러난 뒤에도 여전히 지지자들은 박정희의 '탄신 100주년'을 기념하고 존경을 표출한다.

노예처럼 부림을 당하던 청계천 '시다' 전태일의 요구를 회사는 물론 노동청에서도 무시했다. 낙심한 전태일은 간절한 마음으로 박정희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끝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전태일이 숨을 거두기 전에 한 마지막 말은 '배가 고프다'였다. 전태일의 죽음 이후 4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배가 고프다.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 역사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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