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불황과 착공 물량 감소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지난해 연간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에도 건설업을 둘러싼 악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전반적으로 실적 목표치를 하향하고 있으나 주택 부문의 수익성 개선과 비주택 부문 성장을 통해 반등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의 본사 전경 (자료=각사)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순위 10위 내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이 전년 대비 악화된 작년 연결 실적을 발표했다.
먼저 현대건설은 작년 연결 기준 영업적자 1조220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32조69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상승했으나 영업익은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됐다. 자회사의 해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일시성 비용이 한번에 반영된 것이지만 예상보다도 큰 폭의 하락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다른 주요 건설사의 실적도 대부분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우건설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8%, 39.2% 감소한 매출액 10조5036억원과 영업이익 4031억원을 달성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실적 역시 매출액 9조4690억원, 영업이익 620억원으로 잠정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6.9%와 69.2% 하락했다. DL이앤씨의 잠정실적은 매출 8조3184억원과 영업이익 2079억원으로 매출은 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8% 감소했다.
GS건설은 영업이익으로 2862억원을 기록하면서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GS건설의 흑자는 2023년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해당년 실적이 급감한 것에 대한 기저효과로 분석된다.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 충격은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고 착공물량이 감소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올해도 착공물량이 줄어들 예정인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추가적인 원자잿값 상승마저 우려돼 실적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매출 목표치를 하향하는 등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설정하며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한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 목표로 작년 매출액 대비 7% 낮춘 30조3837억원을 올해 매출 목표로 세웠다. 시공순위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15조9000억원을 목표치로 제시하며 전년 매출 대비 14.8% 하향 조정했다. 대우건설과 GS건설은 각각 20%. 2.1% 하향한 8조4000억원, 12조6000억원을 매출 목표를 잡았다.
일각에선 매출 감소와 목표 하향이 겹치자 지난해를 기점으로 건설업황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송유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시장 위축과 물가 급등 등의 영향으로 대형 건설사의 경우 2021년 실적 정점 이후 3년간 이익 감소를 겪어왔다”며 “하지만 거셌던 역풍이 잦아드는 지금 증익을 바라보고 선 자리가 정확한 바닥임을 이번 실적발표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도 “공사비가 급등했던 2020~2021년 착공 현장들이 지난해부터 실제 준공되면서 사업의 최종 손익이 회계적으로 반영된 것을 감안하면 이익 저점은 작년일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전망에 다른 건설사와 달리 DL이앤씨는 올해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크게 늘리며 실적 반등에 나섰다.
DL이앤씨는 올해 영업이익 가이던스로 작년 실적보다 4000억원 이상 증가한 5200억원을 제시했다. DL이앤씨가 자신감을 보인 배경으론 주택 부문의 수익성 개선과 플랜트 부문 성장에 근거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작년 연간 원가율은 수익성이 낮은 주택사업 현장 준공으로 89.8%를 기록하면서 80%대를 회복했고 플랜트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2% 증가했다. 이와 함께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을 함께 추진 중인 미국의 엑스에너지가 아마존과 대규모 투자 계약을 체결하면서 SMR 성과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은 시공 물량이 지난해 여럿 해소되면서 바닥을 찍은 주택 부문의 실적 개선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에 따라 어려운 업황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역시 선별수주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펼치면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