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이용자 재결제 강요 논란이 불거진 ‘라스트 워: 서바이벌’ (자료=퍼스트펀)

[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중국산 게임들의 ‘막장 영업’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모습이다. 국내법을 무시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이 높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어 국내대리인 지정제 시행 전까지의 이용자 보호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통해 이러한 사각지대를 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스트 워: 서바이벌’이 유료 재화 환불 이용자에게 재결제를 요구하는 ‘갑질 영업’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환불 이용자의 ‘신용점수’를 차감하고 게임 접속을 차단한 뒤 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재결제해야 접속제한을 풀어주는 식이다.

이에 대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문제를 제기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실의 질의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전자상거래법 및 약관법 등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다.

중국 게임사들의 ‘배짱 영업’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부터 허위·과장광고와 환불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서비스를 종료하는 ‘먹튀’ 문제가 꾸준히 발생해온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역시 준수하지 않는 사례도 빈번했다. 유조이게임즈의 ‘픽셀 히어로’를 비롯해 국내에서 인기를 끈 ‘버섯커 키우기’ 등도 확률 관련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최근에는 ‘AFK: 새로운 여정’에서도 확률 조작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지난해 7월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2일부터 6월 30일까지 96개 게임사가 총 261건의 위반행위를 했으며 이 중 해외 게임사가 59개사 158건으로 60% 이상을 차지했다.

법인소재지별로는 중국이 22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홍콩 14개사 ▲싱가포르 7개사 ▲일본 5개사 ▲미국 5개사 ▲베트남 2개사 ▲스위스·캐나다·튀르키예·이스라엘이 각각 1개사 순이었다. 공식 법인 소재지가 홍콩이나 싱가폴인 경우라도 사실상 중국 기업인 경우도 많았다. 위반 사항 적발 시 게임위가 시정요청을 하고 있지만 4개사는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의 경우 최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까지 더욱 강해지는 규제에 직면한 상황이나 일부 중국 게임사들은 사실상 국내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법안 제정 당시부터 역차별에 대한 지적이 이어져 왔지만 규제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이 부분에 대한 조치는 소홀했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됐던 게임들 상당수가 국내에서 매출 고순위에 오른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더욱 커진다. 국내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가면서 이용자 보호의무는 준수하지 않는 등 업계의 물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게임들이 국내 매출 최상위권에 랭크된 바 있으며 ‘버섯커 키우기’와 ‘라스트 워’의 경우 국내 앱마켓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막장 영업’을 실질적으로 제지할 수단이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해외 게임사 국내대리인 지정제가 시행될 예정이나 적용 범위 등의 한계로 인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국내대리인의 담당업무 범위는 ▲시스템 등급 분류 ▲관련 사업자 의무 및 금지사항 준수 ▲게임물 표시 의무 ▲사후 관리에 따른 보고 등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기본 취지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쪽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 기관의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통해 이용자 보호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 이철우 변호사는 “국내대리인 제도가 해외 게임을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 보호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초석은 되겠지만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라 근본적인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조치를 통한 등급분류 취소나 앱마켓 사업자와의 협력을 통한 차단 요청 등 법률 공백을 해결하는 수단은 행정 집행 단계에서 나온다”며 “물론 강경 조치에 대한 현실적인 부담은 있겠지만 문제의 사안이 중대할 경우에는 속 시원하게 나서서 조치해 준다면 이용자들의 신뢰도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