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람들] ⑤‘비상경영’ 롯데, 3세 신유열 전무 승진·非롯데 출신 인사에 초미 관심

희망퇴직·임원 급여반납 등 비상경영 체제 유지
신동빈 회장, “도전과 본원적 경쟁력” 강조
실적 부진 사업부 통폐합 및 축소 가능성도

서재필 기자 승인 2024.11.12 10:36 | 최종 수정 2024.11.12 11:00 의견 0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전환의 시기답게 분야별 글로벌 기업 순위도 역변 한다. 유수한 해외 기업과 경쟁 뿐 아니라 내수 시장 장악력 또한 잃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정기인사로 투영된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삼성, 롯데, LG, SK, CJ, 신세계,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표 기업들의 정기 인사와 사업 및 경영 계획을 토대로 2025년 성과를 가늠해 본다. -편집자 주-

롯데그룹의 2025년도 사업방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자료=롯데)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비상경영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2025년도 사업방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쇄신에 무게중심을 둔 정기임원인사가 예상되고 있어 그룹 내 전운이 감도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롯데그룹 정기임원인사는 이르면 이달 말, 늦으면 내달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오너 3세 신유열 전무의 승진과 더불어 부회장단 및 주요 계열사 대표들의 연임 여부가 관심사다.

이미 롯데그룹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이후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온을 시작으로 롯데면세점, 세븐일레븐, 롯데호텔앤리조트 등이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롯데지주와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은 자진해서 급여 일부를 반납하면서 통나무 맞들기에 나섰다. 롯데지주 임원은 이달부터 급여의 20~30%, 롯데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은 급여의 10∼30%를 각각 자진 반납한다.

이런 가운데 주요 계열사 임원들의 임기 만료 시기도 겹쳤다.

현재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부회장) ▲이영구 롯데웰푸드대표(부회장) ▲박윤기 롯데칠성 대표(부사장)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대표(부사장)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부사장)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전무) 등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사업부별 총괄 수장을 맡고 있는 부회장단의 쇄신 여부도 주목된다.

롯데그룹 부회장단은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이영구 롯데 식품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등 총 4명이다.

(왼쪽부터) 김상현 부회장, 정준호 대표(자료=롯데 유통군HQ)

■ 순혈주의 끝내고 ‘非롯데’ 출신 인사 늘리나

그간 순혈주의 인사를 고집했던 롯데가 비(非)롯데 출신 임원인사를 확대할 지도 관심사다.

롯데그룹은 2021년 유통 부문에 외부 인사를 대거 수혈했다. 롯데 유통군에 홈플러스 부회장 출신인 김상현 부회장을, 롯데백화점 대표에는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를 앉혔다. 롯데마트에는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 강성현 대표를 부사장으로 끌어올렸다.

김상현 부회장과 정준호 대표는 올해 3월이 임기 만료였지만 신동빈 회장이 신뢰를 보내며 올해 유임됐다. 두 대표를 중심으로 롯데 유통군의 트랜스포메이션 2.0의 가속화와 체질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현 체제 유지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이커머스 롯데온을 비롯해 롯데면세점, 롯데하이마트, 세븐일레븐 등 일부 사업부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화의 바람도 예상된다.

롯데온은 지난해 사모펀드 출신 박익진 대표를 새 수장으로 앉혔지만 3분기 기준 누적 615억원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와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도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롯데가 꾸준히 정기임원인사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점과 주요 사업부 통폐합 및 축소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쇄신을 중심으로 한 인사를 진행하되 변화 폭이 예년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롯데 2024년 하반기 VCM에 방문한 신동빈 회장(자료=롯데지주)

■ 내년 과감한 신사업 추진·주요 사업부 체질개선 예상

지난 7월 신동빈 회장은 롯데 2024년 하반기 VCM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자세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기존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신 회장의 언급으로 미루어보아 과감한 신사업 추진과 주요 사업부의 확실한 체질개선이 내년 사업방향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계열사 및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신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헬스케어의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롯데바이오로직스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동빈 회장과 아들 신유열 전무가 함께 밀고 있는 신사업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월 인천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 건립을 위한 착공식에서 송도에서 시작되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여정은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지주도 지난 7월 유상증자를 통해 1200억원 공장 증축 자금을 지원했다.

롯데그룹의 본원적 경쟁력으로 꼽히는 유통군은 올해 내수 부진에도 흑자를 내면서 체질 개선 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올 3분기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5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유통군은 내년 트랜스포메이션 2.0의 가속화와 해외사업 확장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 매출 부진을 겪던 마산점 문을 닫고 지난달 타임빌라스 수원 등을 새롭게 오픈하는 등 점포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지난해 오픈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흥행하면서 백화점 해외사업의 3분기 매출이 24.6% 증가했다는 점에서 국내 내수 부진을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 만회한다는 복안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정기임원인사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내년 사업방향성은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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