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전환의 시기답게 분야별 글로벌 기업 순위도 역변 한다. 유수한 해외 기업과 경쟁 뿐 아니라 내수 시장 장악력 또한 잃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정기인사로 투영된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삼성, 롯데, LG, SK, CJ, 신세계,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표 기업들의 정기 인사와 사업 및 경영 계획을 토대로 2025년 성과를 가늠해 본다. -편집자 주-
[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올해 들어 SK그룹은 강도 높은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잦은 인수합병으로 인해 비대해진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함으로써 효율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특히 AI와 에너지 등 미래 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주요 사업을 재편하는 모습이 지속 관측되고 있다. 이를 위해 주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리더십 교체와 임원 감축 등 인적 쇄신을 가속하고 있다. 그 정점을 찍는 올해 정기인사에도 기조가 반영될지 주목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12월 초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부터 3일간 개최된 CEO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인사 작업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올해 SK의 인사 방향성은 ‘쇄신’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리밸런싱을 추진하면서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AI와 에너지 등 미래 성장동력을 중심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출범한 SK이노베이션 통합법인이 대표적인 예다.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아태지역 민간 최대 에너지 기업으로 올라섰으며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성장동력 창출을 지속할 방침이다.
SK온 역시 이러한 리밸런싱의 주요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21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분할로 출범했으며 지난 3분기,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기차 캐즘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도 그룹 차원의 꾸준한 투자와 비상경영체제 등 허리띠 조이기가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및 SK엔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에코플랜트도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및 에센코어와의 합병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관련 시장의 급격한 확장에 대비하기 위해 그룹 전반의 운영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있다는 뜻이다. 관련해 SK 최태원 회장은 CEO 세미나 폐회사에서 “AI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진행 중인 운영 개선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비롯해 양질의 데이터 확보 및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관련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AI 인재를 전면 배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리밸런싱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적 쇄신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부회장단 4명을 교체했으며 지난 5~6월에는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사장을 교체한 바 있다. 지난 10월에는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SKIET 등 에너지 관련 계열사 3곳의 수장을 바꿨다.
특히 지난달 임명된 CEO 3인의 면면을 근거로 기술 인재를 적극 등용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에너지 김종화 사장 ▲SK지오센트릭 최안섭 사장 ▲SKIET 이상민 사장 모두 이공계 출신으로 기술 및 현장 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평이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리더십 교체가 있었다는 점에서 올해 CEO급 인사 조정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는 형국이다. 다만 임원 감축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조기 인사를 단행했던 SK에코플랜트와 SK지오센트릭이 임원 수를 각각 22.7%, 14.3% 줄였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다른 계열사들도 20% 내외로 임원 수를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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