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정부가 국내 건설사들의 누적 해외수주 목표 1조달러 목표를 제시했다.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한 상태다. 이에 하반기 건설사들의 주요 해외 수주 파이프라인이 주목받고 있다.
15일 해외건설협회의 ‘2024년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실적’을 보면 올 상반기 국내 건설사 234사는 총 79개국에서 296건, 155억8000만달러 수주고를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가량 줄어든 수치다.
나라별로 중동이 64.4%고 북미와 태평양(14.6%), 아시아(14.0%), 중남미(3.3%) 등 순서를 기록했다. 중동의 해외건설 수주 비중이 높은 것은 지난 4월 삼성E&A와 GS건설이 사우디에서 73억달러의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 영향이다. 북미 지역과 태평양은 국내 제조사의 신규 발주가 줄면서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아시아 지역도 2년 연속 하락세다.
앞서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누적 수주 1조달러를 목표로 정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된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9638억달러다. 정부가 목표한 1조달러를 채우기 위해서 4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수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움직임은 적극적이다. 주택사업에 편중된 사업 구조조의 리스크를 해외 수주를 통해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했던 건설사보다는 비주택과 해외 건설 시장에 눈을 돌린 회사가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였다.
먼저 올해 1분기 매출 절반을 해외에서 거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대만 가오슝 복합 개발 M&E 증액으로 약 8000억원 수주고를 올렸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총 7500억원 규모 가오슝 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다.
하반기에 삼성물산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지역 수주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물산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터널 공사, 카타르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가 상반기에는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하반기에 굵찍한 프로젝트가 많아 민관으로 협력해 노력한다면 1조달러 목표액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약 44% 성장한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 수주 11.8조원(연결기준) 목표액을 제시한 상태다. 회사는 오일과 가스, 터널과 인프라 등 긴술 경쟁력 기반 양질의 프로젝트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과 함께 네옴시티 더라인 지하 터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하반기 원전사업에서 수주액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가리아 코쥴로두이 원전 사업에 공 들이고 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가 직접 지난달 말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불가리아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회사는 지사 설립을 위한 현지 인허가 절자를 밟았다.
현대건설은 상반기 준공될 사우드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의 노선 확대에 따른 추가 발주도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중동 지역 사파니아2, NEC 프로젝트 수주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수주는 발주 일정, 발주처 결정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현재 1조달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하긴 어렵지만 목표치 달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다만 중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어 변칙 상황이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초 해외수주 목표액 5.5조원을 잡은 현대엔지니어링은 상반기 약 5조4000억원 성과를 냈다. 회사는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플랜트, 인도네시아 KT&G 생산공장 신축공사 등을 수주했다. 이어 하반기 카자흐스탄 가스플랜트·투르크메니스탄 폴리머공장 등 수주가 기대된다.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투르크메니스탄 해외 순방에 동행해 플랜트 관련 협약을 맺는 등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1조달러 목표액 달성 여부를 현재 시점에서 예단하긴 어렵다”며 “제조업과는 다르게 주요 수주건이 한 시점에 몰릴 수 있어 경우의 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달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결정도 관전포인트다. 이 프로젝트는 총 사업 규모만 30조원에 달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팀코리아를 구성했다. 여기에 한국전력기술과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하반기 굵직한 수주가 몰려있고 국내 건설사들의 기술력과 경험을 비춰볼 때 양질의 해외 수주 소식이 연달아 들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1조달러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보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실력을 보이고 이를 토대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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