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은 크래프톤 ‘뉴진스 협업’..계속된 논란에 업계 긴장감 확산
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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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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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크래프톤이 시도했던 인기 걸그룹 뉴진스와의 협업이 새드엔딩을 맞이한 모습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의상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진 결과 환불 조치가 단행된 것이다. 단일 기업의 이슈에 그치지 않고 업계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모습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크래프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배틀그라운드’에서 발생한 뉴진스 콜라보 아이템의 확률 정보 오류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배틀그라운드’에서 뉴진스 콜라보레이션을 실시하며 관련 아이템 상자를 출시했다. 출시 당시 노출됐던 ‘불운 방지’ 문구에는 누적 4회 시도 내에 세트 도안을 획득하지 못했을 경우 5회째에는 반드시 얻을 수 있다고 안내됐다. 하지만 5회차 시도에도 해당 아이템을 얻지 못하는 유저들이 속출했다.
성희롱 논란도 이어졌다. 일부 이용자들이 뉴진스 캐릭터에 선정적인 의상을 입히고, 이를 캡처해 부적절한 게시물을 작성하는 등 악용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크래프톤 측은 아티스트 보호 차원에서 뉴진스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일부 제한했으나, 반대로 자유도를 해친다는 반발이 일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크래프톤 측은 결국 환불 조치에 나섰다. 관련 아이템을 구매했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G코인(게임 내 재화) 추가 보상과 환급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크래프톤 측의 대응으로 해당 이슈는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지만, 관련업계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모습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규제 관련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공정위는 크래프톤 외에도 엔씨소프트와 위메이드, 컴투스, 그라비티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규제기관의 칼끝이 연이어 게임사들을 향하면서 그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수행해 왔던 주요 기능들이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실질적으로 공정위가 칼자루를 쥐고 게임사들을 들여다보는 모습으로, 이는 게임 이용자들에게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아닌 공정위가 관련 주무부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역할이 사실상 연구 및 자문 기관으로 대폭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이 게임에 투영되는 상황에 대한 피로감도 관측됐다. 의상 관련 논란으로 인해 뉴진스 팬덤과 게이머 간 갈등이 함께 떠올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커뮤니티 모니터링과 콘텐츠 검수 등 게임사에 더 많은 수고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이슈는 묻힐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해 ‘메이플스토리’ 등의 게임에서 남성 혐오 논란이 일어났을 당시에도 업계 전체에 비상이 걸린 바 있다. 주요 게임 커뮤니티가 대규모 업데이트에 대한 기대감 대신 논쟁으로 얼룩졌고, 주요 기업 종사자들은 리소스 전면 재검수를 위해 주말에 회사로 나와 야근을 해야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이용자 보호 관점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확률 표기 오류였지만, 의상 관련 논란이 직후에 뒤따르며 이슈가 전환된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게임사 입장에서는 이용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더 좋은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하며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가려 고민해야 하는데, 이러한 갈등으로 예기치 못한 소모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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