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총수 자리에 오른지 올해로 10년차다. 최근 사법리스크 부담을 다소 덜어내고 당분간 경영족쇄를 내려놓게 된 이 회장이 뉴삼성 재시동에 본격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수년간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쟁사에 추월당하고 있는 삼성이 사업구조 개편과 동시에 대규모 M&A(인수합병)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정체기에 접어든 반도체와 TV·가전, 스마트폰 사업 회복이 불확실한 만큼 미래 삼성을 이끌 신성장 사업 2B(배터리·바이오) 전략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10년 전기차 배터리와 함께 미래 신수종으로 낙점한 사업은 바이오다. 당시 이 회장은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이듬해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바이오 사업을 반도체 등 3대축을 대체할 신성장동력으로 본 것이다.
10년 밖을 내다본 이 회장의 승부수는 통했다. 삼성바이오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은 설립 11년 만인 2022년 생산 능력 세계 1위(생산량 기준 60만4000L)에 올랐다. 2016년 상장 당시 3000억원이었던 연간 매출은 지난해 3조7000억원으로 커졌다. 7년 만에 12배 성장한 셈이다. 또 현재 글로벌 20대 제약 업체 중 14개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 회장의 바이오 챙기기는 현장경영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4공장 준공식 이후 1년4개월 만인 지난 16일 삼성바이오 송도캠퍼스를 찾았다. 이 회장은 이날 내년 완공 예정인 제5공장 증설 현장과 4공장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지난 5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처음 찾은 국내 사업장이다. 특히 이 회장의 삼성바이오 방문은 해외 출장에서 귀국한지 6일 만에 연달아 이뤄진 만큼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 회장은 무죄 선고 후 6일 중동으로 출국해 말레이시아 삼성SDI 배터리 공장을 방문했다.
이 회장은 삼성SDI 말레이시아 사업장에서는 “담대한 투자”를 강조했고 이번 삼성바이오 송도캠퍼스에선 “더 과감한 도전”을 주문했다.
■ 삼성 캐시카우 등극..작년 매출 3조·영업익 1조·수주 3조
삼성 미래 먹거리 삼성바이오는 이 회장의 과감한 선제적 투자와 지속적인 육성 노력에 따라 매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삼성바이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매출은 ▲2019년 7016억원 ▲2020년 1조1648억원 ▲2021년 1조5680억원 ▲2022년 3조13억원 ▲2023년 3조6946억원으로 매해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매년 증가세를 타고 있다. ▲2019년 917억원 ▲2020년 2928억원 ▲2021년 5373억원 ▲2022년 9836억원 ▲2023년 1조1137억원이다.
당분간 실적 걱정은 내려놓을 정도로 수주잔고도 충분하다. 최근 3년간 수주잔고 흐름은 ▲2021년 43억5000만달러(약 5조7976억원) ▲2022년 50억800만달러(약 6조6711억원) ▲2023년 3분기 61억3400만달러(8조1717억원)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창사 이래 누적 수주액은 120억달러(약 16조원)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작년에는 최초로 연간 누적 수주금액이 3조원을 돌파(공시 기준/3조4867억원)했다”며 “이는 전년(1조7835억원) 대비 2배 가량 증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는 글로벌 톱 20개 제약사 중 14개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올해 삼성바이오는 업계 최초 매출 4조클럽 진입을 앞두고 있다.
투자업계는 삼성바이오 올 매출 4조2248억원, 영업이익 1조1827억원으로 추정했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는 올해 4공장 가동율 상승으로 전년 대비 11.9% 증가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의 승인에 따른 마일스톤 약 2040억원 유입으로 전년 대비 25%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약품 개발사인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해 연 매출 1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삼성바이오 호실적에 힘을 보탰다. 바이오에피스는 경영권을 되찾아 온 2022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1%, 83% 늘었다.
■ 제2바이오캠퍼스 건설로 생산능력↑..ADC 등 사업다각화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4월 5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제2바이오캠퍼스 건설을 본격화하고 있다. 급증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제1바이오캠퍼스(23만8000㎡, 1~4공장)보다 약 30% 넓은 규모(35만7000㎡)의 제2바이오캠퍼스는 생산공장 4개(5~8공장)와 이노베이션센터, 복지동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4개 공장의 총 생산능력은 72만리터로 추산된다. 현재 제1바이오캠퍼스 60만4000리터에 더해지면 삼성바이오 총 생산능력은 132만4000리터로 예상된다.
7조5000억원을 투자해 2032년까지 제2바이오캠퍼스가 조성될 경우 매년 400여명 고용창출이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 기준 삼성바이오 직원 수는 4528명이다. 2011년 설립 당시 100여명에서 비하면 45배 늘어난 수치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힘쓴다.
차세대 항암 기술인 ADC(항체-약물 접합체) 개발에 본격 착수해 생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CGT(세포·유전자치료제) 사업 진출도 검토할 계획이다.
또 CDO(위탁개발)와 바이오연구소를 중심으로 ▲항체(mAb) 생산성 향상 ▲ADC 툴 박스 ▲이중특이성항체(BsAB) ▲mRNA 등 영역에서 핵심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CDO 부문에서는 신규 모달리티 진출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 및 바이오텍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해 플랫폼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DP(완제의약품) 생산 부문에서는 DS(원료의약품) 생산 사업과 연계해 지리적 확장에 나선다. PFS(사전충전형 주사기) 등 사업도 검토할 예정이다.
생산능력과 포트폴리오, 지리적 거점 등 3개축 중심으로 투자도 적극 확대한다.
제2바이오캠퍼스에 이어 제3바이오캠퍼스 구축 계획도 수립해 나갈 예정이다.
또 미국과 유럽 등 주요지역 내 CDMO 거점을 확대하고 혁신기업 투자 및 인수합병 등 인오가닉 전략을 실행할 계획이다.
■ 글로벌 바오이업계 M&A 활발..조 단위 빅딜 가능성
삼성바이오의 급성장에도 연 매출 100조원대에 달하는 반도체 사업의 대항마로는 역부족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바이오업계 M&A 시장은 활발한 상황이다. MSD(미국 머크)와 노바티스(스위스), 사노피(프랑스) 등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도 올해 1월에만 8건에 달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빅파마는 여전히 적극적인 M&A와 라이선싱(기술도입) 전략 등을 추구하고 있다”고 봤다.
이 회장이 바이오 사업에 신경쓰고 있는 만큼 하만 이후 첫 대규모 빅딜이 바이오에서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회장이 M&A에 나선다면 7년 만에 조 단위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지난해 연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2조원이다.
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미국 바이오젠 바이오시밀러 사업부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 M&A, 신규 투자 확대 등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 향후 삼성그룹주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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