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와 민유성의 자충수..‘프로젝트 L’ 롯데 흔들기와 책임공방

박진희 기자 승인 2023.10.26 10:08 의견 0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2017년 9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그룹 경영비리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진희 기자] 롯데그룹으로 경영 복귀를 9차례 이상 시도했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이를 도운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의 근황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월간중앙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배경과 내막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보도에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핵심 인물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사이의 책임 공방과 자충수가 상세히 다뤄졌다.

한국 내 기반이 전혀 없었던 신 전 부회장은 민 전 행장을 소개 받고 경영권 장악이라는 목표를 위해 2015년 9월 ‘프로젝트 L’이라는 계약을 체결했다. 두 사람이 맺은 계약서엔 롯데면세점 특허 취득 방해, 롯데그룹 수사 유도, 각종 소송 제기 등 롯데를 위기로 내몰기 위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다.

민 전 행장은 전직 국책은행장으로서 민간 기업 경영권 분쟁에 투신했다는 세간의 평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2015년 10월 분쟁 거점회사인 SDJ코퍼레이션 설립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신 전 부회장의 ‘20년 지기’라고 거짓 설명을 하기도 했다.

민 전 행장은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2년 여 기간 동안 총 198억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민유성 두 인물에 의해 롯데그룹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신 전 부회장은 프로젝트 L 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2017년 8월 민 전 행장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이를 계기로 둘 사이는 틀어지기 시작했고 법정 다툼까지 이어졌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자료=연합뉴스)

민 전 행장 측은 2018년 1월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용역비 108억원을 추가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신 전 부회장 측이 민 전 행장에게 75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민 전 행장은 해당 재판 법정에 직접 나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득 무산은 본인의 공”이라고 자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2심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이 새로운 카드를 꺼내며 결과가 뒤집혔다. 프로젝트 L 계약 자체가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민 전 행장이 변호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률사무 형태의 자문계약을 체결했다. 법원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2심에서 계약 자체를 원천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020년 11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결과적으로 신 전 부회장과 민 전 행장의 자문료 다툼 재판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자충수가 됐다.

재판에서 드러난 사실들로 인해 롯데 호텔·면세점·월드·마트 노조위원장들이 신 전 부회장을 업무방해로, 민 전 행장을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2019년 6월과 이듬해 9월 두 차례 고발했다. 민 전 행장은 현재 볍호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민 전 행장이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돈을 더 받아 내려다 형사처벌 위기까지 자초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신 전 부회장의 위상도 크게 실추됐다. 아버지가 일군 회사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갖은 음해를 한 부분이 드러난 것이다. 민 전 행장의 변호사법 위반 재판에서는 2016년 6월 갑자기 시작된 롯데그룹 검찰수사를 앞두고 검찰에 회사 회계장부를 제공하고 직접 출석해 내사에 협조했던 정황까지 알려지게 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프로젝트 L 계약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 신 전 부회장은 민 전 행장과의 자문료 다툼 재판 법정에서 “나는 대기업 회장이기 때문에 계약서에 날인만 했고 내용을 보지 않았다. 세세한 내용은 숙부인 신선호가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 롯데그룹 각 사에서 해임되는 원인을 제공했던 몰래카메라 기반 신사업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본인 주도하에 강행했던 ‘도둑 촬영’ 기반 풀리카 사업에 대해 “무단 촬영이 곧바로 법령 위반 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 검토 및 진행, 이사회 설명 등은 스도(부하직원)가 한 것이지 내가 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3년여 간 일본 롯데 임직원 이메일 약 30건을 몰래 받아본 사실에 대한 과거 해명도 현지 임직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신 전 부회장은 “이메일이 어떤 목적에서 어떤 방법으로 나에게 전송되고 있는지 몰랐다. 나에 대한 해임이 거론되는 시점에 긴급 피난적 정당방위 차원에서 ICL(롯데그룹 이메일시스템 제공회사, 대표가 신 전 부회장의 대학 동창)에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만 했을 뿐 직접적으로 임직원 이메일을 전송해 달라고 구체적 의뢰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재계 관계자는 “이메일 서비스만 제공하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요청했다면 그것이 바로 본인이 알아야 할 이메일 내용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며 “이 부분에서 신 전 부회장이 결백하다면 본인에게 전송된 다른 임직원의 이메일을 절대 열람하지 않았고 이후 타인의 개인정보가 본인에게 전송되지 않도록 바로잡았다고 설명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서로 합을 맞춰 한때 롯데그룹을 크게 흔들어 놓았던 신동주 전 부회장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한 사람은 형사 처벌 위기에, 다른 한 사람은 본인이 몸담았던 회사의 임직원들에게 외면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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