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최근 헌법재판소는 2023년 9월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구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이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번 판결은 2010년 11월 첫 번째 합헌 판결, 2014년 2월 두 번째 합헌 판결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나온 세 번째 합헌 판결이다.
남성의 '독박징병' 및 출산율이 0.78에 못 미치지는 상황 등으로 국방력 저하가 현실화되고 있어 여성에 대한 징병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와 문제점, 해결책 등을 논의해보자.
2. 기초 사실
가. 사건 개요
청구인들은 대한민국 남성으로 병역의무를 이행 중이거나, 병역의무 이행 예정이거나, 병역의무 불이행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자이다. 이에 청구인들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및 위헌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병역법 3조 제1항 전문, 병역법(2019. 12. 31. 법률 제16852호로 개정된 것) 제3조 제1항 전문(이하 ‘병역의무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및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다. 병역법(심판대상조항)
제3조(병역의무) ①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
라. 쟁점
이 사건 병역의무조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병역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정함으로써 병역의무 부담에 있어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과 여성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으므로, 병역의무조항으로 인하여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의 평등권이 침해되는지 문제된다.
3. 결정 요지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병역의무조항과 동일한 내용인 구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이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2010. 11. 25. 결정한 바 있고(2006헌마328), 이후 2011. 6. 30. 및 2014. 2. 27.에도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2010헌마460; 2011헌마825).
국방의 의무를 부담하는 국민 중 병역의무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국가의 안보상황ㆍ재정능력을 고려하여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국군이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목적적으로 정해야 할 사항이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법률로 국방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형성해야 하는 국회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존중할 필요성이 크다.
이와 함께, 일반적으로 집단으로서의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신체적 능력을 보유하는 점, 보충역과 전시근로역도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국가비상사태에 즉시 전력으로 편입될 수 있는 예비적 전력인 점,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징병제가 존재하는 70여 개 나라 중에서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나라는 극히 한정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의 변화에 따른 병역자원 수급 등 사정을 고려하여 양성징병제의 도입 또는 모병제로의 전환에 관한 입법논의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존 징병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병역의무조항으로 인한 차별취급을 정당화할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므로, 병역의무조항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하고,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판결의 의의 및 비판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 의견으로, 현재의 시점에서도 그 차별취급을 정당화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한 병역의무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
그런데,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지고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는데, 여성은 실질적 국방의 의무를 전혀 지지 않고 남성만 국방의무를 지고 있다면 이것은 성별에 의하여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징집대상자의 범위를 결정하는 문제는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이 매우 광범위하게 인정되어야 하는 영역임은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에게 아무런 병역의무를 지우지 아니하고 남성에게만 지우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에게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의 병역의무를 지우게 하고, 대한민국 남성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타당하다.
허리 질환, 천식, 평발, 정신적 결함 등 신체‧정신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어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남성들도 거의 빠짐없이 꽃다운 나이에 강제로 징집되고 있다. 여성이 이러한 사람들보다 신체‧정신적으로 열등하다고 보기 어렵다. 아니라고 한다면,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군 간부 등 특별히 신체적 능력이 요구되는 직업군에서 여성을 뽑을 이유가 거의 없을 것이다.
보급, 행정, 취사 등 실제 군대에서 여성이 담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보직도 있고, 복무기간을 줄이거나, 대체 및 선택 복무, 사회복무 또는 국방세(노르웨이, 스위스 등) 부담 등의 현실성 있는 방법도 있음에도 일률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현저한 신체적 차이가 있다고 보아 남성에게만 국방의 의무를 지운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신체적 차이가 있어 사병 복무는 불가능하다고 보면서 경찰직, 소방직에서의 여성 할당은 가능한 것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남녀 성별’을 기준으로 다르게 대우할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신체적 능력을 측정한 후에 그 결과에 따라 징집대상을 선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남녀라는 잣대로 일률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은 평등권에 반한다.
대만, 이스라엘 등 여성 징병제가 잘 시행되고 있는 국가도 분명히 존재하고, 특히 휴전 중인 우리나라 안보적 특수성을 무엇보다 고려하지 아니할 수 없으며,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에 이른 시급함을 고려할 때 국회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존중하더라도 ‘남성만 병역의무를 지는’ 현재의 병역법 규정은 타당성을 부여하기 어렵고, 차별 취급을 정당화할 합리적 이유도 없다고 본다.
5. 나가며
비단 헌법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가를 방위하는 것은 국민 모두가 다 같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여성의 대부분이 남성의 군복무에 따른 직‧간접적인 혜택을 누리면서도 아무런 국방 의무를 다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에게 사병복무 또는 대체복무나 국방세 등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은 어떤 정치적 목적이 결부되지 아니한 그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다.
징집이 국가안보와 직결되어 있고, 그 성질상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등의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목적적으로 정해야 하는 사항이라면, 현재 대내외적 상황에 비추어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입법재량 존중이라는 틀을 벗어나 좀 더 적극적인 판단을 해주었으면 어땠을까. 입법기관인 국회에서는 국가존립 차원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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