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본 세상] 총장면담요구와 정당행위 판결
박삼성 변호사(박삼성 법률사무소)
박삼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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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 11:40 | 최종 수정 2023.10.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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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들이 학생회 간부로서 학교 총장과 면담을 요구하면서 총장실 입구에서 진입을 시도하거나,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이를 막는 대학교 교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임으로써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기소된 사안에서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 판례가 나왔습니다.
학교법인 전 이사장인이 부정입학과 관련된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됨에 따라 임시이사들에 의하여 운영된 이래, 종전 이사 체제 시 학교 운영에 관여했던 이른바 ‘구재단’ 측과 임시이사 체제 시 학교 운영에 관여해 온 학내구성원 측의 갈등이 계속되었습니다.
전 이사장이 총장으로 선임되자 대학교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는 총장 퇴진 운동을 벌이게 되었고, 피고인들은 대학 운영의 정상화를 위하여 갈등을 재점화한 총장과 대화를 꾸준히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면담이 실질적으로 성사되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판례는“피고인들이 분쟁의 중심에 있는 총장을 직접 찾아가 면담하는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판단 아래 면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을 막아서는 사람들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인 것은 동기와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되고, 피고인들의 학습권이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권리라는 측면에 비추어 법익균형성도 충분히 인정된다. 나아가 학습권 침해가 예정된 이상 긴급성이 인정되고, 피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법률적 수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다른 구제절차를 모두 취해본 후에야 면담 추진 등이 가능하다고 할 것은 아니므로 보충성도 인정된다. ”고 하였습니다.
판례는 “수지침 시술은 시술의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시술경력, 피시술자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 시술행위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당행위로 인정할 수 있고, 그 경우 시술방법, 부작용의 위험성 정도에 비추어 긴급성이나 보충성 요건은 엄격한 적용이 요청되지 않는다”고 원용하며 정당행위가 인정된 예를 들면서 이 사건에서 “긴급성ㆍ보충성을 별도로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당행위 성립을 부정한다면 일반적ㆍ보충적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정당행위를 규정한 입법취지 및 사회상규의 의미에 배치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학 학생회의 경우 비리재단과의 면담과정에서 재단측의 소극적 태도 등으로 인하여 실질 면담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이러한 학습권 보장을 위한 요구행위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정당행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비리재단 관계자의 복귀, 학교운영의 파행을 막아 최소한의 학습권을 보장받는 방법이 요원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으로 학습권을 규정하고 있고(제31조 제1항), 교육기본법은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명시하면서(제3조),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이 학교교육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제12조). ”고 하면서 이러한 학습권이 기본권임을 명백히 밝히며 목적의 정당성 인정한 점, “긴급성이 인정되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법률적 수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다른 구제절차를 모두 취해본 후에야 면담 추진 등이 가능하다고 할 것은 아니라”고 하여 보충성 요건을 합리적으로 해석한 점 등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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