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그간 상품 안내와 이벤트 참여 등 홍보 수단에 머물렀던 은행권 ‘메타버스’ 서비스에 계좌 개설 등 뱅킹서비스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은 전날 메타버스 플랫폼 젭(ZEP)에서 가상의 경남은행을 구현한 ‘크니버스(KNiverse)’를 오픈했다.
경남은행의 ‘KN’과 메타버스의 합성어인 크니버스는 경남은행 본점 건물을 구현한 외관 로드뷰와 로비, 영업점, 비밀금고, 홍보관 등 다양한 가상공간으로 구성됐다.
특히 1층에 마련된 영업부에서는 경남은행 모바일웹과 연동돼 실제 예금개설, 카드신청, 환전신청 등 뱅킹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하반기부터 선보일 메타버스 전용 ‘신권교환 서비스’ 등 가상공간과 현실을 연결하는 여러 형태의 서비스를 추가해 갈 예정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남은행의 다양한 콘텐츠를 고객들에게 편하고 유익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은행권에서 메타버스 서비스 출시가 붐을 이뤘지만 실제 뱅킹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었다. 메타버스 공간에 가상영업점을 구현해 홍보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게임 형태의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도다.
은행권에서는 아직 메타버스를 영업 채널이라기 보다는 고객 접점이나 외부 고객 유입을 위한 채널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2월부터 SKT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통해 ‘하나금융 세미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새로운 주제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이 메타버스 속 라이브 방송으로 어려운 금융 지식을 쉽게 전달하려는 목적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1년 7월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더 샌드박스의 메타버스 플랫폼 내 ‘케이-빌리지’ 하나은행 가상지점을 만들었다. 금융 서비스로는 환전·금리 우대 쿠폰 등을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핀테크인 핑거·마이크레딧체인 등과 협업해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를 선보였다. 가상영업점인 독도지점에서 NH올원뱅크의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세금과 부동산에 대한 최신 정보를 담은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2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 가상 영업점을 선보였다. 다만 본격적인 가상 영업점 서비스라기 보다는 메타버스와 금융서비스의 접목 가능성을 검증하려는 목적이 크다.
주식시세 등 외부 정보 연계, KB화상상담서비스와 모바일브랜치의 연동, 아빠에게 용돈 조르기 서비스를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3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시나몬의 시즌2 서비스를 열었다. 가상의 재화 츄러스를 활용해 적금, 청약, 펀드 등 가상의 상품에 가입하는 체험 서비스가 주류를 이룬다.
다만 6월 선보일 예정인 시즌3에서는 금융 서비스가 보강된다. 모바일뱅킹앱인 ‘신한쏠’과 연계를 확대해 가입한 금융 상품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금융 상품 가입도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종적으로는 시나몬 내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면서 “현재는 규제 때문에 메타버스 플랫폼 내 금융 서비스를 넣을 수는 없고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 연동을 통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메타버스의 금융서비스는 기초 단계에서 논의·추진되고 있지만 향후 관련 기술의 발전 및 상업화 가능 영역이 확대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연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효섭 금융결제원 금융결제연구소 전문연구역은 “금융회사 고객은 이미 기존 채널을 통해 거의 모든 종류의 금융서비스를 큰 불편 없이 이용하고 있다”면서도 “기존 채널을 통해 확보할 수 없었던 정보들을 금융회사및 핀테크 기업이 다각화된 형태로 활용할 수 있게 되므로 메타버스가 신사업 추진 시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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