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유통업계의 ‘수상개화(樹上開花)’..당신의 가치소비는 합리적인가요?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4.14 09:29 | 최종 수정 2023.04.14 10:24 의견 0
생활경제부 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수상개화(樹上開花)’

나무에 꽃을 벌려 놓는다는 뜻으로, 꽃을 피울 수 없는 나무에 조화(造花)를 생화처럼 장식해 상대를 속인다는 말이다. 이는 전시 병법의 위장술로, 작은 세력을 부풀려 큰 세력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일종의 기만책을 의미한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거다.

비건·친환경·지속가능성. 유통업계의 트렌드인 ‘가치 소비’를 장식하는 키워드다. 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는 생활 전반에서 최근 이 같은 가치를 내세운 상품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건강과 환경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가치 소비는 더욱 합리적인 소비로 보인다.

실제로 유통업계의 대세는 플라스틱 다이어트다. 잉크나 포장재를 간소화하고 플라스틱 소재를 종이로 대체해 사용하거나 아예 뚜껑·라벨 등을 없애버리는 제품도 꾸준히 출시된다. 또 탄소 및 온실가스를 저감한다는 소재를 사용하고, 기존의 장비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거나 새로운 장치를 도입하는 등 기업의 관련 노력을 홍보하는 마케팅도 활발하다.

그런데 막상 가치라고 믿었던 소비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대표적인 상품은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생분해, 명칭만 들어도 저절로 분해돼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한때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여겨지면서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잡혔다.

물론 실상은 달랐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분해·처리 시설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일반 플라스틱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진실이다. 그런데 ‘생분해’라는 단어와 녹색을 강조한 디자인 등을 통해 친환경 마케팅을 선보이는 기업이 적지 않다. 반면 환경부는 작년부터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에 ‘친환경 인증’을 사용하지 못 하도록 조치한 상태다.

이 같은 사례는 ‘그린워싱’의 일종이다. 그린워싱은 기업이 제품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위장해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스타벅스의 텀블러 마케팅이 있다. 스타벅스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다는 취지로 출시하는 텀블러는 매년 특정 시즌·기념일마다 출시돼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이는 오히려 제품 구매를 유도하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텀블러 자체가 친환경 효과를 발휘하려면 수백 번 사용해야 한다.

가치 소비에 대한 수요에 따라 그린워싱 사례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로 적발된 건수는 지난해 4558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272건) 적발건수의 16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57건 ▲2020년 110건 ▲2021년 272건 ▲2022년 4558건이다.

그린워싱으로 위장한 시장에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가장 최우선의 단계는 ‘이 소비가 과연 필수적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가치 소비 트렌드의 중심에는 유통업계의 큰 손인 2030대 MZ세대가 있다. 이들이 큰 손인 이유는 수가 많아서도 돈이 많아서도 아니다. 그저 소비가 많아서다.

마케팅에 가치 소비를 벌려 놓는 그린워싱,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렵다. 소비로서의 가치 추구보다는 절약하는 조용한 친환경이 진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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