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본 세상] 교육공무직의 월급제와 호봉제, 차별일까.

전별 변호사(K&Partners)

전별변호사 승인 2023.04.12 07:59 의견 0
전별 변호사


동일・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에게, 입사일에 따라 호봉제와 월급제로 구분하여 임금을 다르게 지급하는 것은 차별일까. 대법원은 입사일에 따라 교육공무직의 임금체계를 월급제와 호봉제로 구분하여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본 것인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관계]

서울특별시는 서울 시내 각 공립 중・고등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던 중, 2000년 11월 ‘학교회계예산편성기본지침’을 마련하고, 교육공무직(육성회직원, 학부모회 직원, 학교회계직원)의 임금체계를 호봉제로 정한 후 이를 2006년까지 적용하였다. 그러던 중 교육부가 2004. 7. 1. ‘초・중등학교 회계직원 계약관리기준(안)’을 마련하였고, 이를 2006. 4. 1.부터 시행하면서, 서울특별시는 2007년 이후 채용한 교육공무직들의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정하였고, 2014. 4. 부터 월급제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런데 2007년 이전 채용된 교육공무직과 그 이후 채용된 교육공무직 중 행정실무사는 학교 행정실에서 함께 근무하며 급여 및 세입・세출, 정보공개, 공문서 관리, 민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거나 서로 대직자로 지정되어 있었고, 직무 관련 감사 및 연수도 함께 받아왔다. 시설관리사들 역시 월급제와 호봉제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교내 환경정리, 교내 시설물 및 비품 유지 보수 업무 등을 담당하여 왔다. 또한 월급제와 호봉제 교육공무직들을 조합원으로 한 노동조합은 2013. 7. 19.경 서울특별시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으나, 2016. 9. 8. 경 월급제 교육공무직을 조합원으로 한 다른 노동조합이 서울특별시와 별도의 단체협약을 다시 체결하면서, 그 무렵부터 호봉제 교육공무지들도 월급제 교육공무직들과 별도로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월급제와 호봉제 교육공무직 사이의 임금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고, 이에 월급제 교육공무직은 임금의 차액은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이므로 수당의 차액을 지급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한 '차별적 처우'란 사용자가 근로자를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라 함은 비교대상 근로자와 해당 근로자를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또한 단체협약에서 규정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근로기준법 제6조와 마찬가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을 실현하는데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헌법 제11조 제1항에 근거를 둔 평등 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므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 또는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다. 따라서 설령 단체협약의 내용이 고용형태의 차이 등을 사유로 한 임금의 차별적 처우 역시 금지하는 취지라고 하더라도, 서울특별시의 차별적 처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이는 단체협약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전제 하에 법원은 서울특별시가 호봉제 교육공무직에게 지급한 임금이 월급제 교육공무직보다 많은 것은 호봉제 교육공무직의 기득권리 내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합리적 이유있는 차별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교육공무직들 사이의 호봉제 및 월급제에 따른 임금의 차이는 근로기준법 제6조와 단체협약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임금의 차이가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에 해당하므로, 월급제 교육공무직이라는 근로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보아, 이에 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이 주요한 판단근거로 제시한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관한 법리였다. 서울특별시가 교육부가 마련한 지침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지 못하였고, 이에 따라 신규로 채용한 월급제 교육공무직 사이에 지급하는 수당에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던 것이므로,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법리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기존 법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월급제와 호봉제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아 향후에도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유사한 분쟁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향후 근로기준법 제6조 또는 관계 법령의 개정 등을 통하여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위반 등에 관한 우려를 해소함과 동시에, 차별적 처우에 관한 판단 기준을 보다 분명히 함으로써 관련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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