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단상] 팽창하는 권력의 속성과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

강한결변호사 승인 2023.03.15 08:16 | 최종 수정 2023.04.12 08:18 의견 0

[편집자 주] 사회가 다원화되고 발전할 수록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갈등과 분쟁에 놓이게 됩니다.
특히 고도의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법과 생활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게 됩니다. 생활 속에 법이 들어오고, 법 속에 생활이 들어가는 서구형 사회로의 전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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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결 변호사 (법무법인 더온)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영국의 역사가이자 정치가였던 존 달버그 액튼이 19세기 후반 성공회 주교에게 보내는 편지에 남긴 말이다. 무한히 팽창하기에 만족할 줄 모르고 끝내 변질되기 마련인 권력의 속성을 잘 표현하여 널리 알려졌다.

모름지기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의 헌법은 국민주권의 원리를 선언하고 있다. 문제는 대의제를 통해 선출된 권력들이 막상 그 속성의 덫에 빠져 자주 국민을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권력이 실제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해결책 중 하나로 발현된 원리가 바로 권력분립의 원칙이다.

권력분립의 원칙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적 과제를 그 성질과 기능에 따라 다양한 국가작용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분리·독립된 별개의 국가기관들에 분산시킴으로써 기관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헌법상 통치구조의 주요 구성원리이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제40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제66조 제4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제101조 제1항)고 규정한다. 몽테스키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전적 권력분립 원칙이 투영되어 입법, 행정, 사법으로 국가작용을 분리한 것으로, 흔히 말하는 3권 분립은 이를 가리킨다.

오늘날에는 고전적 권력분립 원칙에서 나아가 권력을 행사하는 여러 국가기관 사이 권한과 기능의 실질적인 분산과 상호 간 조화를 도모하는 기능적 권력분립 원칙의 의미가 보다 강조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 국가기관 내부 조직 사이, 집권 여당과 야당 사이 등에서와 같이 통치권을 행사하는 여러 기관들이 가지는 권한과 기능들이 실질적으로 분산되어 상호 간 조화를 도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다권분립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다원화된 사회와 크기를 불문하는 권력 변질의 속성상 당연한 방향이다.

근래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되었던 정순신 변호사가 공식 취임일을 하루 앞둔 날 사의를 표명해 당일 임명이 취소되었다. 정 변호사가 검사로 재직 중이던 2017년에 아들이 자립형사립고 재학 당시 동급생에게 수개월에 걸쳐 언어폭력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당시 검사로 재직 중이었다.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 수사에 관하여 각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 및 수사부서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권한을 지닌 자리다(경찰법 제16조 제2항).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양수한 것으로, 국가수사본부장은 수사와 관련하여 경찰청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보유한다.

2021년 1월 1일부로 출범한 국가수사본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부산물으로서, 2020년 1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구 형사소송법 제196조)이 폐지 이후 비대해진 경찰 권한과 수사권 통제 우려에 대한 경찰의 자구책이다. 수사경찰과 행정경찰로 경찰 조직을 분리를 통하여 조직 내 권력분립을 개진한 것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이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되면 실질적으로 경찰 수사지휘권까지 검찰의 영향력이 미친다는 지적이 정순신 변호사가 후보자로 이름이 오르내릴 때부터 존재했다. 정순신 변호사는 대한민국에서 선출된 가장 막강한 권력인 대통령과 함께 검찰 근무를 했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잘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주요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들이 포진된 상태에서 인사 검증을 놓친 검찰 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은 ‘검찰 공화국’ 프레임에 대통령실이 스스로 갇히는 형국이었다.

출신이 아니라 능력을 앞에 둔 인사였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미비한 인사 검증으로 기능적 권력분립에 비춘 제도 변화를 상쇄하고 싶었던 대통령실의 조급한 마음만 도드라졌다. 제도가 적용되는 현실이 제도가 추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구현할 수 없기 때문에 때로는 이를 우회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실의 왜곡을 탓하기 전에 원론으로 먼저 돌아갈 필요가 있다. 팽창하는 권력의 속성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엄밀한 권력 작용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강한결 변호사 (법무법인 더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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