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영업시간 정상화’, 은행원도 할 말이 있다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2.03 11:00 의견 0
지난 1월 30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영업시간 정상화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 영업시간이 정상화된 지 닷새가 됐다. 은행 문이 30분 일찍 열리면서 은행 업무를 보고 하루를 시작하려는 인근 상인들의 표정이 한층 여유롭다. 마감 시간도 30분이 늘면서 오후 시간 은행을 찾는 직장인의 발걸음도 조금은 가벼워졌다.

같은 날 실내마스크 의무도 해제되면서 우리 일상이 점점 코로나19 이전 되돌아가고 있음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창구 업무를 30분 일찍 시작해서 30분 늦게 마감해야 하는 은행원들 만큼은 이런 상황이 반갑지 만은 않은 것 같다. 늘어난 1시간의 영업시간 만큼 노동자로서의 삶은 더 팍팍해진 탓이다.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첫날 한 은행원은 직장인 커뮤니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은행 영업시간 9to4 첫날, 8시 출근 7시반 퇴근.”

은행원의 고달픔과는 별개로 이번 은행 영업시간의 정상화는 당위성이 충분하다. 은행 영업시간 단축 자체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에 동참하기 위해 도입됐기 때문이다.

앞서 은행권은 금융 노사 합의로 지난 2021년 7월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했다. 당초 수도권만 10일간 한시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가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자 은행 노사 간 합의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전까지로 기간을 연장하기로 하고 시행 지역도 전국으로 확대했다.

은행 영업시간의 정상화는 노사간 합의 사항이기도 하지만 금융소비자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 가고 있는 이 시점에 은행 영업점만 홀로 팬데믹의 시대를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노조도 할 말은 있다. 실내 마스크 해제 이후 은행 노사가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해놓고 사용자 측이 '일방통보'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번 영업시간 정상화가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변화한 직원의 근무환경을 감안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한다.

코로나 사태가 수년간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 구석구석 영향 받지 않은 곳이 없고 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이후 은행의 비대면 거래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상반기 인터넷뱅킹의 업무처리 비중은 77.4%를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인 2020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인터넷뱅킹 비중은 64.8% 수준이었다.

은행들은 금융 환경의 변화를 이유로 몸집을 줄였다. 2020년 9월 기준 전국 6558개였던 국내 은행 영업점 수는 지난해 9월 5858개가 됐다. 같은 기간 직원 수는 11만9062명에서 11만4455명으로 4607명이나 줄었다.

영업점과 직원 수 감축에 따른 서비스 공백은 남은 직원들의 노동력으로 메워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 인력 줄인 건 쏙 빼놓고 근무시간을 원상 복구하란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은행원 입장에서 부당한 측면이 분명있다. 적어도 인력 확충과 탄력 점포 확대 등 사용자측의 노력도 뒤따랐어야 했다.

은행 영업시간에 대한 논의에는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코로나 시기에 그랬든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만 뒷받침된다면 영업시간을 1시간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다.

그러니 코로나 이후 정상화하기로 한 은행 영업시간은 이제 원상복구하는 것이 맞다. 다만 정상화 이후 은행원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줄이기 위한 별도의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이 협상 과정에서는 금융당국이나 사용자측 뿐만 아니라 아니라 금융소비자와 노동자의 입장도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배려돼야 할 것이다.

금융증권부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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