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HOT CEO] "위기는 기회"..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투자 멈추지 않는다

이상훈 기자 승인 2022.11.21 14:42 의견 0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도 저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면서 국내 및 글로벌 기업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고 각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혁신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불안한 남북관계, 고환율, 고금리 등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수장인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환경변화에 따른 한 발 앞선 판단과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CEO는 악화된 경제 환경에서 도전자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생존을 위한 고민과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한국정경신문은 글로벌 위기에도 혁신의 리더십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낸 CEO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들의 성과와 비전에 주목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자료=SK텔레콤]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우리나라 실존 기업인을 주인공으로 드라마를 만든다면 아마 박정호 부회장이 가장 기대되는 기업인일 것이다.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선경(현 SK네트웍스)에 입사하며 여느 직장인들과 비슷한 코스를 밟은 그는 특유의 시원시원한 성격과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젊은 나이에 SK그룹 계열사 CEO가 될 수 있었다.

SK그룹 신입사원일 때부터 거침없이 자기 소신을 내뱉던 그는 과거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그룹의 성장동력이 약하다고 직언하기도 했다. 실제 박 부회장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할 때까지 선경그룹은 에너지·화학·섬유·건설 등이 주 사업영역이었을 만큼 현재와 크게 동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1994년 선경그룹이 한국이동통신의 대주주가 되면서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게 됐고 3대 회장인 최태원 회장이 승계하면서 박 부회장은 기업가로서의 재능은 활짝 피어나게 됐다.

2000년대 초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 뉴욕사무소 지사장과 마케팅전략본부 팀장을 역임한 박 부회장은 이후 그룹에서 투자회사관리실로 활동한 뒤 SK텔레콤으로 복귀했다. 당시 그는 다양한 통신 네트워크 전략을 지휘한 후 SKC&C와 SK가 합병할 당시 SK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금은 SK텔레콤의 미래전략을 총괄 지휘하는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생각한 것은 일단 빠르게 행동에 옮기는 실행력이 강한 기업인이다. 그리고 사업 수완이 뛰어나 신세기통신과 하이닉스 인수 등 주요 인수합병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 두 인수전을 성공리에 이끌면서 '구조조정 전문가', 'M&A의 달인'이라 불리게 됐다.

이어 박 부회장은 SKC&C와 지주회사 SK에서 인공지능(AI)과 스마트물류 등 신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SK텔레콤에서는 2018년 1월 초기 유망기업 발굴과 인수합병을 전담하는 '유니콘랩스'를 가동해 인수 대상을 적극적으로 찾기도 했다.

■ ICT가 미래 먹거리..AI·IoT 등 ICT 신사업 강화

SK그룹 ICT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정호 SKT 부회장이 ‘SK 테크 서밋 2022’ 현장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모습. [자료=SK텔레콤]

입사 초 선경그룹의 성장동력을 지적했던 그답게 박 부회장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5G 통신 관련 신사업을 물색하며 SK텔레콤의 성장동력을 찾는 데 주력해왔다.

2020년에는 5G와 ICT 사업 전체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SK텔레콤 조직을 이동통신(MNO)을 지원하는 Corp1 센터와 뉴 비즈(New Biz)를 지원하는 Corp2 센터로 조직을 이원하하고 각 센터가 독립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게 했다.

뿐만 아니라 기술조직은 AI센터, ICT 센터, DT 센터의 사업별 기술지원 기능을 'AIX 센터'로 통합해 그룹의 AI 기술이 핵심 역량이 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디지털광고와 게임, 클라우드사업을 전담하는 조직도 별도로 두며 ICT 분야의 성장을 촉진했다.

이후로도 박 부회장은 기업의 효율화와 혁신을 위한 합병과 자회사 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SK브로드밴드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옥수수'와 푹(POOQ) 합병을 성사시키고 웨이브(Waave)를 출범시켰다. 또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를 합병해 콘텐츠 분야의 경쟁력을 높였다.

이어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플로(FLO)를 출시하고 보안업체인 ADT캡스(현 SK쉴더스)를 인수하고 11번가에 5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등 'New ICT'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 SK텔레콤-SK스퀘어 분할..19개 기업에 투자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12일 본사 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SK텔레콤]

지난해에는 'SK텔레콤 2.0 시대' 개막을 알리며 SK텔레콤을 AI 및 디지털인프라 서비스 회사로, 그리고 신설법인인 SK스퀘어를 반도체 및 ICT 투자전문 회사로 공식 출범했다. 1984년 설립 이후 37년 만에 기업분할을 단행한 이유는 반도체와 ICT 분야의 스타트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보다 빨리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퀄컴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사장 겸 CEO와 만나 반도체 및 ICT 전 영역에 걸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자료=SK텔레콤]

SK텔레콤에서 분할된 SK스퀘어는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 등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분할 당시 가치인 26조원의 약 3배 규모인 75조원 규모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SK스퀘어 산하에는 원스토어, SK플래닛, 콘텐츠웨이브, FSK L&S, 인크로스, 나노엔텍, 스파크플러스를 포함해 총 16개 회사가 있으며 SK스퀘어 출범 이후 국내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3D 디지털휴먼 제작사 온마인드, 국내 최대 농업혁신 애그테크 기업 그린랩스, 글로벌 게임사 해긴 등에 투자하며 투자 전문 회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이로써 현재 SK스퀘어의 포트폴리오에는 총 19개의 기업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자회사 IPO는 연기

박정호 SKT 부회장이 거점오피스 ‘Sphere’ 신도림을 방문해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있는 모습. [자료=SK텔레콤]

박 부회장은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기존 관행을 언제든 뒤엎는 혁신가의 면모도 많이 보여왔다. 대표적인 예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되던 2020년 2월 25일부터 전사적 재택근무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사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필수인력 30%를 제외한 모든 사원을 대상으로 전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장기적으로 대면업무 방식이 크게 바뀔 것이라 생각한 박 부회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업무방식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자 했던 것이다.

승부사인 그에게 현재의 위기는 또 다른 기회였다. 지난 3월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SK스퀘어 본사 수펙스홀에서 열린 제1기 SK스퀘어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는 "올해 글로벌 거시경제가 불확실하지만 기업인수합병(M&A) 시장에서 좋은 기업들을 좋은 가격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반도체와 블록체인 등에 투자해 SK스퀘어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호언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올해 SK쉴더스와 원스토어를 상장하고 뒤이어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콘텐츠웨이브 등까지 상장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침체돼 자회사 상장이 줄줄이 연기됐다.

자회사 기업공개 일정이 차질을 빚었지만 SK스퀘어는 신규 투자 비중을 늘리며 기업가치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승부사 박 부회장은 경기 불황으로 전반적인 기업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현 시점을 오히려 유망 기업의 지분을 보다 나은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SK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와 막대한 자금력을 모두 보유한 SK스퀘어는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하게 SK그룹을 받쳐주고 있다.

■ 박정호 부회장 경력 및 약력

– 1989년 선경 입사
– 1995년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 뉴욕사무소 지사장
– 2001년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 팀장
– 2004년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CR(대외협력)지원팀장 상무
– 2006년 SK텔레콤 신규사업부문장 보좌
– 2007년 SK커뮤니케이션즈 사업개발부문장
– 2009. 01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
– 2012. 01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
– 2013. 02 SK C&C Corporate Development사업장
– 2015. 01 SK C&C 대표이사 사장
– 2015. 08 SK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
– 2017년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 2021년 3월부터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 부회장
– 2021년 11월 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 SK텔레콤 부회장 겸직

■ 경영비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라는 정체성을 깨고 아무도 가지 않은 패스파인더(Path Finder, 개척자) 마인드를 갖자

■ 한줄 어록

"재택근무 시행은 SK텔레콤이 그동안 개발해 온 스마트 오피스를 비롯해 업무 인프라로 갖춰온 그룹통화 팀즈(Teams) 등을 다양하게 적용하는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
-2020년 2월 28일,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전사 재택근무 연장을 결정하면서.

"대기업이 자본을 독점하던 시대는 끝났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스타트업의 빠른 의사결정 과정은, 대기업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게 한다고 생각한다."
-2022년 3월 25일(현지시간), 영국 금융전문 매체 유로머니(Euromoney)와의 인터뷰 중 한 발언.

"ICT가 모든 산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해 나가느냐에 따라 경쟁력에 차이가 생긴다"
2022년 11월 8일, 'SK테크 서밋 2022' 개회사 중 ICO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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