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HOT CEO]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목숨 걸고 앞만 보고 간다"

이상훈 기자 승인 2022.11.14 08:28 | 최종 수정 2022.11.14 08:41 의견 1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도 저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면서 국내 및 글로벌 기업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고 각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혁신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불안한 남북관계, 고환율, 고금리 등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수장인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환경변화에 따른 한 발 앞선 판단과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CEO는 악화된 경제 환경에서 도전자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생존을 위한 고민과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한국정경신문은 글로벌 위기에도 혁신의 리더십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낸 CEO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들의 성과와 비전에 주목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 입사 31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오른 이재용 회장. [자료=삼성전자]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국내 10대 기업 다수가 3세 경영체제를 맞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정주영 창업자, 정몽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기업을 성공적으로 키우고 있으며 LG그룹의 구광모 회장 역시 파격적인 사업 재편과 투자로 성공적인 세대교체라는 평을 얻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김승연 회장이 각별히 아끼는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태양광', '우주항공', '방위산업'을 진두지회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의 3세 경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회장이 됐다.

■ 삼성전자 입사 31년 만에 회장 취임..'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난 1991년 삼성전자에 공채 32기로 입사한 이재용 회장은 2012년 부회장에 취임했다. 입사 년수부터 회장 승진까지 걸린 시간을 따지면 무려 31년 만이다. 부회장에 오른 지 10년 만에 이건희 전 회장이 사망한 지 2년 만에 회장에 올랐다. 다른 재벌가에 비하면 이 회장이 회장이 되기까지의 기간은 무척 길었다.

이 회장은 언론의 관심이 쏠려 있기에 별다른 취임식이나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탓이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관련 재판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 회장이 된 날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익, 전년보다 1/3 줄어

그러나 이런 사법 리스크보다 당면한 문제는 회장 승진과 함께 불어닥친 글로벌 경제위기였다. 회장 승진안이 의결된 날은 삼성전자 3분기 실적 확정치를 보고받는 자리였다.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보다 31.4%나 줄어있었다. 여기에 고금리·고환율·고물가라는 3중고 악재까지 더해진 상태였고 삼성전자의 최대 수익사업부인 반도체 분야와 모바일 분야의 전망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사실 회장이라는 타이틀만 얻었을 뿐 삼성전자 최고 의사결정자로서의 역할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앞서 이 회장은 올해 5월, 향후 5년간 450조원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또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바이오 분야에도 매진하고 있다. 회장 취임 직전인 지난 11일,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인천광역시 연수구 소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를 찾아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 대대적인 기술투자·인재발굴로 글로벌 위기 '정면돌파'

회장 취임 전인 지난달 11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왼쪽에서 두 번째). [자료=삼성전자]

이날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출범 10년 만에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 세계 1위를 달성했으며 글로벌 20대 제약회사 중 12곳을 고객사로 유치해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4공장이 정상 가동되는 2023년에는 생산 능력을 총 60만 리터까지 확대하게 됨으로써, 글로벌 바이오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에서의 ‘초격차’ 우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 2조358억원, 영업이익 670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은 향후 10년간 바이오 산업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제5, 제6 공장 등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 계열사인 삼성SDI도 급성장하고 있다. 삼성SDI는 3분기 매출 5조3680억원, 영업이익 5659억원을 기록,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보다 51.5%나 증가해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재용 회장이 8일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삼성전자]

이 회장의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을 국내 1등 기업이자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그러한 상황에서 회장 자리에 오른 이 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삼성에 앞서 재벌가 3세 경영을 본격화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과 LG그룹의 구광모 회장은 성공리에 세대교체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지난 5월 25일 중소기업 대회에 참석한 당시 이 부회장은 450조원 투자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목숨 걸고 하는 겁니다. 숫자는 모르겠고, 앞만 보고 가는 거예요"라고 각오를 밝혔다.

회장 취임 휘에는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재용 회장 경력 및 약력

1991년 12월 삼성전자 총무그룹 입사
2001년 3월 ~ 2003년 1월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
2003년 1월 ~ 2007년 1월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2004년 7월 ~ 2008년 5월 에스엘시디 S-LCD 등기이사
2007년 1월 ~ 2008년 4월 삼성전자 전무, CCO (Chief Customer Officer)
2008년 4월 ~ 2009년 12월 삼성전자 전무
2010년 1월 ~ 2010년 12월 삼성전자 COO 부사장
2010년 12월 ~ 2012년 12월 삼성전자 COO 사장
2012년 5월 ~ 2017년 4월 엑소르 사외이사
2012년 12월 ~ 2022년 10월 삼성전자 부회장
2015년 5월 ~ 2020년 8월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2015년 5월 ~ 2021년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2016년 9월 ~ 2019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
2018년 5월 ~ 삼성그룹 총수
2022년 10월 ~ 삼성전자 회장

경영비전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 한줄 어록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습니다."
-지난 6월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서 위기 극복 방안을 묻는 취재인에 한 대답.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시 하는 기술기업 대표다운 면모가 돋보이는 대답이다.

"목숨 걸고 하는 겁니다. 숫자는 모르겠고, 앞만 보고 가는 거예요."
-삼성이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계획과 관련해, 5월 22일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언론에 밝힌 심경.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더욱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위태로울 수 있다는 비장함이 담긴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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