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과 직원간 임금 격차는 지난 2002년부터 현재까지 20년간 수십 배 이하로 내려 간 전례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재계와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회사 일반 직원 간 임금 격차는 평균 21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액 기준 상위 국내 500대 기업들 중 사업보고서를 낸 233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이에 국내 재계 3위권(삼성전자·SK·현대자동차)의 임원과 직원 간의 평균 임금 차와 20년간의 변화를 추적해 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보면 공정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 1위는 자산 483조9190억원을 거둔 삼성전자다. 이어 SK(291조9690억원)와 현대자동차(257조8450억원) 순이다.
■ '연봉 킹' 삼성전자, 임직원 임금차는 68배→159배→53배
명실상부 ‘재계 1위’ 깃발을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의 임금 차이는 재계에서 '올 킬'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2년 기준 삼성전자 임원(14명)의 1인 당 평균 보수액은 35억7000만원이다. 같은 기간 직원(4만8421명)의 1인 평균 급여액은 5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임원이 직원보다 68배 가량 높은 금액을 가져간 것이다.
삼성전자에게 2002년은 '카드채 위기'로 금융시장이 혼란한 틈에서도 매출과 영업익 모두 왕좌 자리에 오르며 '재계 1위'를 처음으로 거머쥔 시기이기도 하다. 현재까지도 20년 연속 왕관의 무게를 버티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임원과 직원 사이 임금은 계속해서 높은 격차를 보였다. 2003년에는 임원(29억4000만원)이 직원(4900만원)보다 약 60배 더 벌었다. 2004년 부터 2008년까지 5년 간의 임원 평균보수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기간 직원의 평균 급여액은 ▲5070만원(2005년·7만5439명) ▲5330만원 (2006년·8만2909명) ▲6020만원(2007년·8만6006명) ▲6040만원(2008년·8만 6579명)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연말 특별 상여가 포함된 2004년에는 직원 5만71명이 평균 7130만원을 벌었다.
이후 2009년에는 임원 1인당 평균 지급액이 108억원으로, 같은 기간 직원 8만4188명의 1인 평균 급여액(6780만원)보다 159.3배 높았다. 이는 2002년(68배)에 비해 차이가 급격히 벌어진 수치다. 조사 기간(2002~2021년) 중 가장 임금 격차가 높은 해이기도 하다.
또 2010년에는 임원(사내이사 기준)의 1인당 평균 지급액이 59억9000만원으로 직원(9만465명)의 1인 평균 급여액(8640만원)보다 69배 높았다. 이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임원과 직원의 임금 격차는 ▲140배(2011년) ▲74배(2012년) ▲64배 (2013년) ▲81배(2014년) ▲65%(2015년) ▲45%(2016년) ▲88배(2017년) ▲ 48배(2018년) ▲27배(2019년) ▲42배(2020년) ▲53배(2021년)를 나타내며 들쑥날쑥한 추이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해에는 직원 평균 임금이 1억4400만원으로 지난 20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를 통해 직원들이 한 해 벌어가는 수익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점도 확인했다. 다만 수십배의 임금차는 좁히기 어려운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이들 임원과 직원과의 20년간 임금 차이는 평균 72.2배로 집계됐다(2004~2008년 제외).
■ '재계 2위 탈환' SK, 임직원 임금차는 5.9배→48배→39배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올해 '재계 2위'에 올라선 SK의 임원과 직원 간 임금차도 들여다봤다.
2002년도에는 임원이 1인당 평균 2억1883만원의 보수를 챙기고 직원은 3661만원을 가져가면서 약 5.9배의 차이를 나타냈다. 이어 ▲2003년(3.5배) ▲2004년(10.3배)로 격차가 점차 늘었다.
임원의 보수가 공개되지 않은 2005~2008년까지의 직원 평균 임금은 ▲2005년 (5000만원) ▲2006년(4300만원) ▲2007년(5202만원) ▲2008년(5370만원)으로 주춤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2009년에는 임원이 평균 5억8800만원의 보수를 얻으면서 직원의 평균 임금(6400만원)과 비교해 9.1배에 달하는 임금을 더 챙겼다.
이어 2010년부터 임원과 직원의 평균 임금차는 19배로 시작해 2011년에는 48배로 지난 20년 기간 동안 가장 큰 차이를 기록했다. 이후 ▲2012년(44배) ▲2013년(47배) ▲2014년(11배) ▲2015년(10.5배) ▲2016년(22배) ▲2017년(31배) ▲2018년(36배) ▲2019년(41배) ▲2020년(37배) ▲2021년 (39배)로 조사됐다.
이로써 20년간 이들의 평균 임금은 25.8배 가량 격차를 나타냈다(2005~2008년 제외).
■ '3위권 수성' 현대차, 임직원 임금차는 3.8배→33배→30배
SK에 밀려 재계 순위가 한 단계 내려갔지만 '톱3'를 수성한 현대차의 임직원 임금차 역시 눈 여겨 볼 대목이다.
2002년도에는 임원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이 1억7397만원으로 직원의 1인 평균 급여액(4573만원)보다 3.8배 더 높았다. 사업보고서 내 임금이 공개되지 않은 2003년을 제외하고 임원의 평균 보수를 발표하지 않은 2004~2008년 기간 동안 직원의 보수는 ▲2004년(4900만원) ▲2005년(5500만원) ▲2006년(5700만원) ▲2007년(6660만원) ▲2008년(6800만원)으로 연이어 오르는 양상을 띠었다.
이어 2009년부터 임원(사내이사 기준) 1인당 평균 지급액은 17억2100만원으로 직원 1인 평균 급여액(7500만원)과 비교해 23배 높았다. 이후 ▲2010년(25배) ▲2011년(24배) ▲2012년(24배) ▲2013년(25배) ▲2014년(25배) ▲2015년(30배) ▲2016년(23배) ▲2017년(20배)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2018년 33배로 지난 20년 기간 동안 가장 큰 격차를 보이다가 ▲2019년(23배) ▲2020년(22배) ▲2021년(30배)로 임금차가 내림세와 오름세를 반복했다.
이로써 현대차의 20년간 임원과 직원의 평균 급여 차이는 23.6배 가량 났다(2003~2008년 제외).
■ 코로나 충격 탈출, 급여 '반등 성공'.."상위권 직원 보수도 껑충"
재계 3위권의 임원과 직원 간 임금차는 평균 수십배 이상 났지만 대내외적인 환경 요인에 이렇다 할 타격은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국내 경제 시장과는 달리 이들 대기업 삼총사의 임직원 급여는 끄떡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이후에도 임원과 직원의 평균 보수 및 급여는 잠시 주춤했지만 곧바로 상승 궤도에 올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삼성전자의 임원 1인당 평균보수액은 27억5700만원으로 전년 동기(30억400만원)보다 8.2% 소폭 감소했다. 또 같은 기간 직원의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2700만원으로 전년 동기(1억800만원)보다 17.6% 늘었다.
이후 지난해에는 임원이 평균 36억200만원을 챙기고 직원이 1억4400만원을 가져가면서 각각 전년 동기보다 급여가 30.6%, 13.4% 올랐다.
이는 코로나19에도 괄목할 만한 매출을 올리며 실적을 방어하고 대내외적 불황을 빠르게 회복할 여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재계 3위권의 몸집과 탄탄한 수익 기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경제 불황이 심화했지만 이에 따른 직격탄을 피해간 기업은 삼성전자뿐이 아니다.
SK 역시 2020년 기준 임원과 직원의 평균 수령액이 35억1100만원과 9600만원으로 임원은 전년 동기(37억3300만원)보다 5.9% 낮은 돈을 가져갔지만 직원은 전년 동기(9200만원)보다 400만원 더 높은 평균 급여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임원과 직원이 각각 42억800만원과 1억700만원을 챙겨 19.8%, 11.4% 많은 돈을 수령했다.
현대차도 2020년 기준 임원과 직원의 평균 수령액이 19억5000만원과 8800만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22억500만원·9600만원)보다 11.5%, 8.3%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각각 임원과 직원이 29억2300만원과 9600만원을 챙기면서 임원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49.8% 증가한 돈을 챙겼고 직원도 9% 오른 급여를 가져가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에 대해 오일선 CXO리서치 연구소 소장은 "작년 대기업들은 코로나19에 경영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실적 선방을 해냈다"며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은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들은 실적이 좋았고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임금도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임원과 직원과 임금격차가 크면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격차만을 가지고 보수에 거품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내용이 수많은 연구와 논문을 통해 검증이 됐고 결국 시대에 뒤떨어진 논리가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삼성전자의 경우 임원과 직원의 임금차가 100배 이상 커지면서 한 때 문제가 대두됐지만 상대적으로 직원들 보수도 기업 중 눈에 띄는 상위권에 포함됐기 때문에 매출 규모와 몸집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격차를 가지고 불합리를 논하는 데엔 모순이 있다"며 "이들 재계 상위권 기업을 제외하고 오너가 지나치게 보수를 챙긴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지적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를 포함해 SK, 현대차, LG 등 상위권 기업에서는 현실적으로 꼬집을 수 있는 내용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재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재앙으로 불리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벌어진 임원과 직원의 임금차는 근로자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하는 큰 요인 중 하나이고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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