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담합행위"..대리기사들, 동반위 상생안에 강력 반발

이상훈 기자 승인 2022.05.12 16:43 의견 0
12일 오전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대리운전기사 권익과 시민 안전을 보장하는 사회적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이상훈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대리운전 시장의 약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대-중소기업 상생 합의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난데없이 대리기사들이 사업주에게 내야할 수수료를 더는 깎아주지 말라는 내용을 포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당초 논의 대상에도 있지 않던 사안으로 동반위의 그릇된 판단이 시장 약자인 대리기사들을 더 찬밥 신세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정보기술(IT) 및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대리운전업 중소기업적합 업종 지정’ 관련 동반위 상생합의문 초안에는 최근 ▲기사대상 완료콜의 과도한 수수료 인하 금지 ▲유선콜관제시스템과의 제휴 및 인수·합병 금지 등 문구가 새롭게 추가됐다.

동반위는 지난해 5월부터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와 대리운전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신청에 따른 것으로 기한(1년)을 1개월 정도 앞두고 그간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새 문구가 상생합의문 초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기사들은 대리비의 20%가량을 소속 업체에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매칭해주는 콜 프로그램 사용료, 보험료, 이동비용 등을 자부담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리운전 고객이 줄어 고사 직전 위기까지 내몰린 대리기사들인데 동반위 상생합의문 초안은 대리기사의 수수료 인하를 금지해 오히려 사업주의 이익만 보장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리기사들이 동반위에 불만을 품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상생합의안은 이해당사자 간 의견조율에 실패한 대표 사례라는 시각도 있다. 대리업계의 이해당사자는 대리기사를 비롯해 전화 콜업체, 관제프로그램사, 플랫폼(앱)사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카카오모빌리티는 전화콜(1577), 관제프로그램(콜마너), 플랫폼(카카오T)을 모두 갖춘 공룡 사업자다. 티맵모빌리티는 안심대리라는 대리운전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동반위가 ‘대리기사들의 수수료 인하 금지’를 졸속으로 추진하면서 정작 대리기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 20만 대리기사들은 동반위와 대리 업체들의 상생합의 논의를 사실상의 ‘담합행위’로 간주하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가 프로(멤버십) 서비스 명목으로 기사들에게 매월 2만2000원을 강요하는 것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리운전업 중소기업 적합 업종 신청 단체인 연합회가 전국 3060개 전화콜 업체 중 단 150개 업체만 회원사로 가입돼 있어 전체 5%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돼 연합회의 대표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의견도 있다.

이와 함께 상생합의안에 '유선콜관제시스템과의 제휴 및 인수·합병 금지' 문구가 갑자기 담긴 것도 논란이다. 대리운전 시장에서 콜마너, 로지 등 프로그램사의 횡포와 갑질 행위는 공공연히 드러난 사실이다. 결국 대리 프로그램 운영사와 앞선 기술력을 갖춘 IT업체가 기술 교류 등을 통해 대리 서비스 질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데, 동반위가 이런 기대효과마저 가로 막고 있다는 시각이다. 콜 처리율, 프로그램 사용료 인하 등 문제는 결국 업체 간 제휴로 풀어야 할 숙제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대리운전업 중소기업적합 업종 지정’ 관련 동반위 상생합의문 초안이 알려지자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측은 즉각 반발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측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운전 기사의 권익과 시민들의 안전을 배제한 동반성장은 기만”이라며 “동반성장위원회는 담합 조장을 중단하고 실효성 있는 사회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