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상자산 선물거래소 불법영업 '활개'..FIU 단속 방치로 투자자 피해 우려

이상훈 기자 승인 2022.03.21 19:18 | 최종 수정 2022.03.21 19:53 의견 1
[자료=BTCC]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다수의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가 신고없이 국내에서 한국인 대상 영업을 버젓이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위험률 높은 해외 선물거래소의 한국어 서비스의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울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많은 해외 거래소들이 한국어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BTCC·프라임XBT(PrimeXBT)·엑스네스(Exness)·비트야드(Bityard)·주멕스(Zoomex) 등이 한국어 메뉴를 제공하고 투자를 유도한다. 일부 해외 거래소는 한국어 채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 거래 환경이 국내 거래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공개한 지난해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5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미국에 이은 3위 시장이다. 일 평균 거래금액이 많고 규모가 크다 보니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한국 사랑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자료=프라임XBT]
[자료=엑스네스]
[자료=비트야드]
[자료=주멕스]

다만 한국어 서비스를 게속하고 있는 거래소들은 모두 선물거래소라는 특징이 있다. 선물거래는 투자자가 보유한 원금 이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 거래소다. 가령 보유 투자금이 1000만원이고 레버리지를 100배로 설정하면 10억원어치를 투자할 수 있다.

이런 선물거래소는 고배율 투자로 더 높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강제 청산당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선물거래소의 고배율 투자를 제한하고 있으며, 실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모두 선물을 제외한 현물거래만을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위험율 높은 해외 선물거래소의 한국어 서비스는 자칫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울 수 있어 더욱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 미신고 해외 거래소의 한국어 서비스는 '불법'

한국인도 많이 이용하는 바이낸스도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아 한국어 서비스를 종료했다. [자료=바이낸스]

해외 거래소의 한국어 제공 서비스는 현행법상 불법이기도 하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금법)'에 따르면 모든 가상자산사업자에 신고의무를 부여됐다. 해당 법령에 따라 국외에서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특금법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해외 가상자산사업자가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받고, FIU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해야만 한다. 이 ISMS는 해외 거래소라 하더라도 인증 신청할 수 있으나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모두 이를 받지 못했다.

결국 바이낸스·비트프론트·크립토닷컴·FTX 등 해외거래소와 사업자들은 지난해 9월 24일부로 자사 서비스에서 한국어를 삭제했다. 또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공식 SNS 등 커뮤니티 채널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문제는 FIU의 감시가 취약한 틈을 타 해외 선물거래소들이 다시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거래소들은 가입 시 가입축하금을 주거나, 친구에게 추천해 친구가 가입하고 입금하면 추가로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은밀하게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 미신고 해외거래소 접속 차단한다더니..말 뿐인 'FIU'

지난해 7월 22일 금융정보분석원이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 [자료=금융정보분석원]

FIU는 지난해 신고되지 않은 해외 가상자산사업자가 신고하지 않고 계속 영업을 하는 경우 위법사실을 해당 가상자산사업자에 통보하고,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에 고발함은 물론, 해외 FIU와 협력해 국제 형사사법공조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신고 상태로 지속적으로 영업을 계속할 경우에는 특금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규정이 전혀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미신고 거래소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50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수익이 많아 벌금 때문에 한국 영업을 중단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FIU는 또 미신고 상태로 불법 영업이 지속된다면 사이트 접속 차단 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그로부터 반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접속이 차단된 곳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접속을 차단하더라도 VPN 등을 통해 우회접속하면 해외 거래소 이용을 막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되자 한국어 서비스를 중단한 해외 거래소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한 해외 거래소 관계자는 "한국 법에 따라 한국어 서비스를 모두 내렸는데도 많은 해외 거래소들이 버젓이 한국어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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