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국내 게이머에게 친숙한 액티비전블리자드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게임 업계는 이미 모바일 플랫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여전히 PC 게임에 집중하고 있고 그로 인해 매출 또한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추문 스캔들까지 더해지면서 신작 개발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액티비전블리자드가 2분기 실적 발표를 했다. 액티비전의 2분기 매출은 7억8900만달러이며 영업이익은 3억63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20.5%, 35% 감소한 수치다.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성장세가 둔화됐고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은 매출이 증가세를 보였다.
블리자드의 2분기 매출은 4억3300만달러, 영업이이익은 1억4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역시 전년동기 대비 매출 6.1%, 영업이익 30.5% 감소한 수치다. 그나마 블리자드는 모바일 게임 '하스스톤' 확장판인 '불모의 땅(Forged in the Barrens)'이 2년 연속 예약 최고치를 달성한 점이 눈에 띈다.
그나마 놀라운 실적을 달성한 곳은 지난 2015년 인수한 영국 게임사 '킹(King)'이었다. 킹은 '캔디크러시사가', '팜히어로' 등 인기 모바일 게임을 제작한 곳으로, 액티비전블리자드가 59억달러(약 6조7555억원)이라는 고액에 인수했다.
비싼 값에 인수한 킹은 2분기 매출 6억3500만달러, 영업이익 2억4800만달러를 달성했다. 캔디크러시 시리즈와 팜히어로 프랜차이즈 게임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데다 광고 수익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2분기 매출 역시 전년동기 대비 15%나 늘었다.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의 주력 게임인 PC 게임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사이 킹의 모바일 게임을 비롯해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의 모바일 게임만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불타는 성전' 클래식 출시 이후 플레이어와 플레이 시간 모두 크게 증가했지만 블리자드의 매출액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액티비전블리자드가 여전히 PC게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전세계 게임시장의 매출 비중은 모바일이 PC를 한참 앞섰는데 액티비전과 블리자드 모두 PC 게임이 주력이어서 매출 감소를 막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나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디아블로' 같은 대작들이 모두 PC 기반 IP라는 점이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도 인기 높은 블리자드는 9월 24일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출시하고 또 '디아블로4'와 '오버워치2'의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향후 수 년간 PC 게임이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주력 게임이 될 전망이다.
다행히 디아블로 IP를 사용한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의 알파테스트 반응이 무척 뜨겁다. 대부분의 모바일 RPG가 자동전투 기능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디아블로 이모탈'은 자동전투를 제공하지 않는다.
블리자드코리아 관계자는 "'디아블로 이모탈'은 자동플레이, 자동사냥을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모바일 환경의 편의를 위해 특정 지역의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자동이동 정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게임 본연의 재미를 이용자가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수동 플레이 중심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전망은 밝지 않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사내 여성 직원이 지속적으로 성희롱과 불평등한 급여조건 등 성차별적인 사내 문화를 조성했다는 이유로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주택국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데 이어 300여 명의 직원이 파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액티비전블리자드가 개발 중인 게임 상당수가 출시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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