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통신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해킹 이슈가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3사 CEO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최근 사고에서 KT의 축소·은폐 의혹을 비롯해 거버넌스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국회 과방위 해킹 사태 청문회에 참석한 김영섭 KT 대표 (사진=연합뉴스)
5일 국회에 따르면 과방위는 오는 21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정보보호 관련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이날 유영상 SKT 대표와 김영섭 KT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등 통신3사 CEO들을 증인으로 부른다.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배경에는 해킹 사고가 있다. SKT의 경우 지난 4월 해킹에 따른 유심정보 유출로 홍역을 앓은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23년 1월 약 3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6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과방위는 유 대표와 홍 대표를 대상으로 대규모 해킹 사태 관련 본인인증서비스(PASS)를 포함한 사이버 보안 관련 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는 KT 해킹 사고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김 대표의 경우 14일에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KT의 과장 광고 및 해킹 관련 신문을 위함이다.
주요 임원들도 줄줄이 소환한다. ▲이용복 부문상무 ▲추의정 사내상무 ▲허태원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 ▲황태선 정보보안실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이들에게는 해킹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KISA의 해킹 정황 제보 이후 예정보다 일찍 서버를 폐기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적이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청문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이를 지적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청문회 이후 관련 이슈가 소강 상태로 접어든 측면이 있지만 사고 축소 및 은폐 의혹이 계속 제기된 만큼 국감에서도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대표이사 후보 교체 관련 질의를 위해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 등에게도 출석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을 비롯해 윤정식 KT텔레캅 사외이사와 추의정 KT 감사실장 등 관련 인사들도 함께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는 해킹 사태를 불러온 근본적 원인이 KT의 지배구조 문제에 있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IT 및 보안 전문가 대신 과기정통부나 검찰 출신의 낙하산 인사들이 KT를 장악하며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관련해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청문회에서 윤석열 정부 및 검찰 출신 인사들이 본사 주요 보직이나 계열사 임원으로 대거 이동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KT가 통신사로서의 기능보다는 윤석열 정부 및 그 이전 정부의 로비 창구로 전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 국감이 통신사들에 대한 질타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적인 사이버 보안 위기에 직면한 만큼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정보보호 강화를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안 분야 관계자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통신과 금융사에서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은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닌 국가적 위협으로 바라봐야 할 문제”라며 “신고의무 준수 등 기업들의 책임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가 사이버 안전망 전반을 다시 돌아보고 민관이 머리를 맞대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