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안정된 노후를 책임진다는 국민연금이 최근 연이은 형평성 논란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같은 연금액을 받더라도 연금의 종류에 따라 건강보험료 부담이 달라지는 경우와 추후납부 시점에 따라 역차별을 받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국민연금 개혁으로 내야할 돈이 더 늘어난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MZ·1980~2000년대초 출생)의 반감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최근 연이은 형평성 논란에 직면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국민연금연구원의 '건강보험과 연금소득 과세가 국민연금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에 자녀의 직장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됐던 연금 수급자들이 대거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피부양자 자격 유지 기준이 연 소득 34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강화된 영향이다.
보고서는 60세 이상자가 포함된 피부양 가구의 7.2%인 약 24만9000가구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것으로 봤는데, 이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건보료는 연평균 264만원(월평균 약 22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같은 연금액을 받더라도 연금 종류에 따라 건보료 부담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가령 현 제도는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에는 건보료를 부과하지만 기초연금이나 퇴직·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에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 총 소득이 같아도 국민연금 의존도가 높은 가입자가 더 많은 건보료를 내는 구조다. 소득세도 기초연금은 전액 비과세지만 국민연금은 과세 대상이다.
국민연금의 형평성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가령 국민연금 추후 납부시 오는 12월에 신청을 하면 인상된 보험료율을 적용받지 않을 뿐더러 오른 소득대체율 효과를 누린다. 즉 12월 전에 추납을 완료한 가입자는 12월에 납부 신청해 1월에 납부한 경우보다 소득대체율에서 1.5% 손해보는 셈이다. 이같은 납부시점에 대한 정보는 정부 관계자와 정치권, 강남 지역 등에서는 이미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보가 있는 가입자는 보험료를 덜 내고 더 많은 소득대체율 효과를 보는 셈이다. 현행 국민연금법 기준을 보면 12월 추납을 신청하면 납부는 다음달로 시점이 정해진다. 보험료 산정은 신청한 달 기준이지만 가입기간 산정은 납부한 달로 정해지는 구조다. 12월 추납을 하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적용받지만 납부한 달은 내년 1월로 잡혀 소득대체율은 인상된 43% 혜택을 보게 된다.
매년 보험료율이 0.5%p(포인트) 인상돼 2033년에는 13%에 도달한다는 점에서 이 때까지도 12월 추납 시점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는 이미 본지 보도([단독] 국민연금 12월 추납 역차별 우려.."덜 내고 더 받는 구조")를 비롯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내부에서도 화자되고 있지만 정작 이들 모두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 내에서는 일부 형평성 문제가 있지만 추납이 단기간 많이 유입되는 긍정효과가 크다며 제도 보완을 꺼리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사실상 일부 가입자의 상대적인 피해 보다 곳간 채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일부 형평성 문제가 있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아직 제도 보완 등 어떠한 내용도 나온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한 연금 전문가는 "명백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해서도 수정의지가 없다는 것은 공정을 중요시 여기는 MZ세대 중심으로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꼴"이라며 "추납 시점에 대한 정보가 없는 평범한 가입자들은 훗날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