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국내 1호 공기업' 대한석탄공사는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남은 직원 일부가 마지막을 정리하고 있었다. 출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고 이를 반영하듯 꽉차 있어야 할 주차장은 빈 자리가 대부분이었다. 남은 이들은 계약직 신분으로 끝이 예정돼 있지만 혹시 모를 고용승계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대한석탄공사 본사 정문 (사진=이진성 기자)

한국정경신문이 찾은 지난 22일 강원도 원주에 있는 대한석탄공사 본사의 아침 모습이다.

인근에 위치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대한적십자사, 한국도로교통공단 등은 직원들로 북적거리는 데 반해 석탄공사는 잠적한 듯 고요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게다가 로비 전등도 일부는 꺼져 있어 쓸쓸한 공기마저 감돌았다. 출입구 로비 소파는 찾는 이 없이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바로 옆 카페는 직원 한 두명이 가끔 찾는 정도였다.

1950년 설립된 대한석탄공사는 지난달 말 마지막 광산이던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사실상 역사 페이지의 한장으로 남겨졌다. 공사의 모든 직원들은 퇴직한 상황인데 마무리 업무를 위해 계약직 신규 채용으로 40여명만 남겨진 상태다.

대한석탄공사 본사 로비 모습 (사진=이진성 기자)

남겨진 직원 일부는 한창 안정된 환경에 있어야 할 30~40대도 포함돼 있다. 대부분 외부에서 들어왔지만 절반 정도는 기존 직원이 계약을 통해 남겨진 사례다. 이들은 혹시 모를 고용 승계를 기대하며 남아 있기로 결심한 경우다. 때문에 고요한 석탄공사에서 자리를 지키며 마무리 업무에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정부는 수년 전 부터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이들에 대한 고용 승계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입사 당시 "폐업한다고 해도, 그래도 공기업인데 갈 곳은 마련해주겠지.."라는 믿음으로 조직에 합류한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서 실제 문을 닫는다고 해도 갈 곳이 없을 것이라는 걸 생각도 못해봤다는 게 남은 이들의 얘기다.

한 직원은 "석탄공사가 문을 닫아도 이어가야 할 공적업무가 있고, 적어도 이 부분을 담당했던 직원들은 고용 승계를 기대한 게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99%는 이대로 끝이날 것을 알고 있지만 혹시 모를 1%를 기대하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거 한국광해공단과 광물자원공사의 합병 사례가 다시 재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당시 부채 덩어리인 광물공사가 광해공단과 합쳐지면서 직원들이 온전히 남은 경우가 있어서다.

다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무 유사성을 고려하면 광해광업공단이 석탄공사를 품어야 하는데 이 경우 2조원이 넘는 석탄공사의 부채를 가져와야 한다. 현재 관련 근거 상 부채를 가져오지 않으면서 직원만 끌어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특혜로 비쳐질 여지도 존재한다. 또 누군가는 부채를 책임져야 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도 맞는 부분이고 직원들 입장에서도 고용승계를 기대하는 게 욕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민간기업도 아니고 공적업무를 수행했던 기관이라는 점에서 보다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