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진의 '퓨처 리빙'] ④ 도시 한복판에 수직으로 쌓는 모듈형 텃밭

지혜진 기자 승인 2020.02.17 01:00 의견 0
노르웨이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프램랩은 미국 브루클린 지역에 모듈형 텃밭 '글라시르'를 설치했다. (자료=프램랩)

[한국정경신문=지혜진 기자] 먹을 것이 풍족해 보이는 도시에도 식량난은 있다. 특히 미국은 식품사막 현상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식품사막 현상이란 지역사회에서 채소나 과일과 같은 신선식품을 구하기 힘든 상황을 일컫는다. 이 같은 상황은 의외로 도시에서 많이 발생한다. 식료품점이 주변에 없는 데다가 빈곤 문제가 겹쳐 건강한 음식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사회적 문제가 되는 비만의 주요한 원인으로 식품사막 현상을 꼽는다. 건강한 음식을 접하기 힘든 저소득층이 정크푸드에 의존하게 되면서 비만과 같은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17일 미국의 비즈니스 잡지 패스트컴퍼니 등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프램랩(Framlab)은 미국 브루클린에 식품사막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모듈형 텃밭을 설치했다.

모듈형 텃밭의 이름은 글라시르(Glasir)다. 모듈건축 공법은 미리 제작한 구조물을 현장에서 조립하고 쌓아 올리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까지는 주로 주거 영역에 적용됐다.

프램랩은 농작물을 기를 수 있는 온실에 모듈 공법을 적용했다. 각 모듈은 겉으로 보기엔 유리로 된 상자처럼 보인다. 이들은 바닥면적이 0.37㎡인 거치대 위에 층층이 쌓여 있다. 이들의 집합은 하나의 거대한 인공 나무를 연상케 한다.

노르웨이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프램랩은 미국 브루클린 지역에 모듈형 텃밭 '글라시르'를 설치했다. (자료=프램랩)

다양한 형태의 상자 같은 모듈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생산(Production) 모듈은 농작물이 자라는 공간이 된다. 모듈 위에 태양광 패널을 장착해 식물 생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생산 모듈 안의 농작물들은 분무식 수경재배법으로 재배한다. 농작물의 뿌리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 뿌리에 배양액을 뿌리는 방식이다.

성장(Growth) 모듈은 관개 시스템 역할을 한다. 모듈형 텃밭에 골고루 물이 공급되도록 물을 끌어올려 준다.

점유(Occupation) 모듈은 사람이 모듈형 텃밭을 관리하는 데 필요하다. 수직으로 높게 쌓아 올린 모듈에 접근하기 위해 받침대 겸 이동통로 역할을 한다.

이렇게 글라시르는 도심에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지나친 도시화의 부작용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밤에는 도시를 밝히는 역할도 한다. 각 모듈 안에 식물 생장에 도움이 되는 LED 등이 있어 밤이면 가로등을 대체할 수 있다.

노르웨이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프램랩은 미국 브루클린 지역에 모듈형 텃밭 '글라시르'를 설치했다. (자료=프램랩)

프램랩은 추후 글라시르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센서를 부착해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농작물을 관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더 나아가 글라시르를 설치할 때 드론을 도입할 방침이다. 현재는 크레인 트럭으로 모듈을 높게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크레인 대신 드론을 도입하면 설치가 더욱 쉬워질 뿐만 아니라 농작물을 재배할 때 사람이 직접 올라갈 필요 없이 간단히 드론이 수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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