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2개 분기 연속 매출에서 밀린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선점 여부가 실적의 운명을 가르면서 두 회사의 매출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는 추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작년 4분기에 매출 30조1000억원과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주력인 메모리 매출이 모바일과 PC용 수요 약세에도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4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AI 열풍에 수요가 폭증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선 주도권을 놓쳤으며 AI 반도체 생태계를 이끄는 엔비디아 공급망에도 아직 합류하진 못한 상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매출 역시 엔비디아의 AI 칩 생산을 사실상 독식하는 TSMC의 매출을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AI 칩 수요에 힘입은 TSMC는 작년 4분기 매출로 약 38조4000억원을 달성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작년 4분기 응용처별 매출을 보면 AI가 활용되는 고성능컴퓨팅(HPC)이 53%로 기존에 최대 비중을 차지했던 스마트폰을 크게 추월했다.
AI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한 지난해 두 회사 매출은 2분기에는 28조원대로 비슷했다가 4분기에는 8조원 정도까지 확대된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회사인 반면 TSMC는 파운드리만 하기에 단순 실적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을 이끌며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경쟁도 하는 두 회사의 위상을 고려하면 매출 1위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존재한다.
삼성전자와 TSMC의 매출 격차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의 1분기 직전 분기 대비 15% 감소한 매출은 25조원대 안팎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해 1분기에는 모바일·PC 고객사의 메모리 재고 조정이 이어지고 있어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TSMC는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를 작년 1분기보다 32% 증가한 250억∼258억 달러로 예상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36조∼37조원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매출 전망치보다 10조원가량 많다.
이에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TSMC 실적 개선의 핵심 드라이버는 고부가가치 서비스 매출이다"라며 "삼성과 인텔이 파운드리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단 공정과 AI 분야에서 TSMC의 독점적 지위가 계속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