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은행주 주가가 이달 들어 상승분 일부를 반납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로 실적 악화가 우려되면서다.
다만 가계대출 역성장 우려가 크지 않은데다가 이달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로 또 한 번 은행주 주가에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은행주를 포함하는 KRX은행지수는 지난 13일 866.13을 기록해 최근 10거래일 동안 3.40% 감소했다. 연내 최고점을 찍은 지난달 26일(941.74) 이후 8.03% 감소한 수치다.
앞서 은행주는 올해 초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주목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연초 이후 지난달 26일까지 KRX은행 지수는 37.83% 상승하며 밸류업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이달 들어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에 대한 강도 높은 개입을 시사하면서 분위기는 반전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에도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한 가계대출 증가가 빌미가 됐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9조3000억원이 늘었다. 이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8조2000억원이 늘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향후 가계부채 관리 대응’ 자료에서 “가계대출 증가액이 경영 계획을 초과한 은행은 내년도 시행하는 은행별 DSR 관리 계획 수립 시 더 낮은 DSR 관리 목표를 수립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은행들은 각종 가계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으면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초 경영계획보다 많은 가계대출을 한 은행에는 패널티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은행들은 생활안정자금 대출 제한,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보험 중단,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 등을 통해 가계대출 축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금융당국은 향후 필요시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등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데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의 경우는 은행 자본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1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 오락가락 발언에 사과하고 은행의 자율적인 관리를 강조하면서 가계대출 규제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된 분위기다.
실제로 이 원장의 은행의 자율 규제 발언이 나온 이후 KRX은행 지수는 2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며 오름세를 보였다. 개별 종목별로도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가 지난 13일 하루 동안 전거래일 대비 3~4%대 오르며 회복력을 보여줬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출 규제 강도가 약화될 전망인데다가 가계대출 역성장에 대한 우려도 실제로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 연구원은 “최근 실수요자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출 규제 강도는 다소 약화될 전망”이라며 “가계대출 역성장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고 애당초 가계대출은 성장 기대가 높지 않은 부문이었으며 기업대출 성장만으로도 연간 4~5%의 총대출 성장은 가능하다는 점에서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는 지나쳤던 측면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달 24일 발표될 예정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은행주 모멘텀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지수에는 밸류업 예고·공시, 우수한 실적, 주주 환원 정책 등을 고려해 약 100개 종목이 포함될 예정이다.
특히 은행주는 밸류업 지수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밸류업 프로그램 초기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가장 먼저 기업가치제고계획 예고를 공시한 KB금융을 시작으로 모든 상장 은행들이 예고나 발표를 진행해 예고기업 19개 중 6개, 발표 기업 12개 중 2개를 차지하는 등 높은 비중으로 보이고 있다”며 “ROE와 PBR, 주주환원율까지 감안해서 따져본다면 은행업 중에서는 KB금융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JB금융지주의 밸류업 지수 편입 가능성이 가장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업 밸류업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비정상의 정상화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은행주는 여전히 낮은 PBR을 보이고 있고 글로벌 은행 대비 높은 투자 매력도를 감안해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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