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떨어지는 은행권 주담대 금리..“백약이 무효”

당국 압박에 가산금리 인상에도 주담대 최저 연 2%대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주담대 지표 시장금리·코픽스 뚝
“당국의 오락가락 시장 개입이 막차 수요 더욱 부추겨”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7.17 10:31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선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지만 시장금리 하락세에 대출 금리가 속수무책 떨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추가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금리 인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부스에 시민들이 들어가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주기형(고정) 금리는 연 2.86~5.63%로 나타났다. 지난달 19일 하단 금리가 처음으로 연 2%대로 내려 온 뒤 추가로 더 떨어졌다.

일주일 전인 지난 10일과 비교하면 하단은 0.10%포인트, 상단은 0.05%포인트 내려갔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집값 상승과 맞물린 가계대출 증가세를 우려해 은행권에 적극적인 관리를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대출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1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상했다. KB국민은행도 3일 주담대 금리를 0.13%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11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높였다. 우리은행은 12일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0.1%포인트씩 인상했다. 신한은행 역시 15일 금융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모든 대출 상품 금리를 0.05%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주담대 금리 상하단 모두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가산금리 인상 효과가 무색해졌다.

가산금리 조정에도 주담대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금리 지표로 쓰이는 시장금리(금융채)와 코픽스(COFIX)가 동반하락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를 보면 전날 기준 금융채(AAA, 5년) 금리는 3.310%로 연저점을 기록했다. 한 달 전(3.506%)과 비교하면 0.196%포인트, 일주일 전(3.385%)과 비교하면 0.075%포인트 내려왔다. 금융채 5년물은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로 쓰인다.

주담대 변동금리 지표인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도 한 달 새 0.04%포인트 떨어졌다. 코픽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줄곧 내리막 추세였다가 6개월 만인 5월 반짝 오른 뒤 한 달 만에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0.03%포인트, 잔액 기준 코픽스는 0.01%포인트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들의 추가 인상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은행은 24일부터 아파트 담보대출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대출 금리를 0.20%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아파트 외 주담대 중 5년 변동금리 상품과 우리전세론 2년 고정금리 상품의 대출 금리도 0.15%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지난 12일 금리 조정 이후 2주일도 안 돼 추가 인상에 나선 것이다.

다만 가산금리 추가 인상 조치에도 주담대 금리 하락세가 멈출지는 미지수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이 지속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조정해서 금리를 올려봐야 시장금리 하락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속도 조절은 가능하겠지만 대출 금리 인하 대세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시장 개입이 오히려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6월말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은 876조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은행권에서는 7월 들어 증가폭이 더욱 가파르게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쪽에서는 가계대출 규제를 늦추고 다른 한 쪽에서는 총량 규제를 강화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당국의 정책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다”면서 “당국이 원하는 방향에 최대한 따를 수밖에 없지만 섣부른 개입이 대출 수요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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