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자 없는 집인데 위험하다?’..'공시지가 126%룰'의 함정
박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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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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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아파트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시장에서는 빌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보증보험 가입기준을 지나치게 강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일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서 전세사고가 도미노처럼 터지자 많은 수요자가 전세보증이 되는 물건을 찾고 있다”며 “하지만 보증 조건을 만족하는 매물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강화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전세 시세는 상향하는데 공시지가는 떨어지면서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충족하는 매물이 드물다.
예컨대 실제 시세를 따라 전세금이 3억원, 공시지가는 2억원인 빌라가 있다고 치자. 이 때 2억원의 126%에 해당하는 금액은 2억5200만원이다. 하지만 전세금이 3억원이기 때문에 해당 매물은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해당 매물이 시세에 맞게 전세금이 형성돼 있음에도 보증이 안된다는 이유로 입주를 기피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실제 융자가 0%인 매물이어도 공시지가로 인해 보증보험 가입이 안 되는 곳이 있다”며 “안전한 매물이지만 전세사기 피해 불안감으로 공실로 남아있는 기간이 길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공시가격의 150%에 맞춰 전세를 받았던 집주인이 126%로 낮아진 공시지가로 인해 하루 아침에 그만큼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새 임차인이 맞춰지지 않으면 전세금을 돌려주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최근 임대인 단체 측에서는 정부를 상대로 126%룰을 폐지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주거안정연대가 2023년 1월부터 9월 30일까지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거래된 빌라의 샘플 602건을 뽑아 분석한 결과 실거래가는 공시지가의 183%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전세사기를 막는다는 취지로 126%룰이 도입됐지만 멀쩡한 매물도 전세사고가 나게끔 상황이 조성된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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