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팔리겠지"..미분양 쌓이는데 '배짱 분양가' 고집하는 건설사들

최경환 기자 승인 2023.03.27 06:19 의견 1
서울 아파트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최경환 기자]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부동산발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분양가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정부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건설사 등이 먼저 분양가를 낮추라는 입장이다.

수도권에서 최근 1년 동안 미분양이 집중발생한 곳의 사례를 보면 팔리지 않은 새 아파트가 다량 쌓여도 분양가는 내리지 않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인천 주안동 인천시청역과 석바위시장역 인근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지난 1년간 분양가가 되레 올랐다. 그동안 미분양이 심각한데도 분양가를 낮추지 않고 있는 것.

간석동 '인천시청역 한신더휴'는 지난해 4월 분양에서 19.08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더블역세권 인천시청역 인근에 위치한 입지가 장점이었다. 분양가는 전용 59㎡타입 4억5000만원대, 전용 84㎡는 6억2000만~6억3000만원대.

이후 지난해 하반기 들어 시장은 급변했다. 전국에 미분양이 속출한 상황. 지난해 12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은 비슷한 가격으로 분양에 나섰다.

이곳 분양가는 전용 59㎡ 4억5000만원대, 전용 84㎡ 6억2000만원대였다. 입지와 가격이 비슷했지만 청약경쟁률은 59㎡타입 0.2~0.33대 1로 심각한 미분양이 발생했다. 전용 84㎡타입은 2.89대 1로 경우 미분양을 면했다.

이후 올해 들어 분양시장 침체는 가속화됐다. 지난 2월 분양한 '더샵아르테'는 입지면에서 앞선 두 단지보다 인천시청역에서 거리가 멀고 석바위시장역 역세권이다. 그럼에도 분양가는 앞선 단지보다 오히려 높였다.

전용 59㎡타입 4억2000만~4억3800만원대, 경쟁률은 0.05~0.26대 1로 극심한 미분양이 발생했다. 전용 84㎡은 분양가가 5억9430만원으로 다소 저렴했으나 입지는 상대적으로 떨어져 경쟁률은 1.08~2.21대 1이었다.

평택화양지구는 지난해 초 이후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으나 분양가를 낮춘 단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이곳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최악의 경우 0.03대 1이라는 극히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

가장 최근인 지난 7일 1순위 분양한 '힐스테이트 평택화양' 전용 84㎡타입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4억2010만~4억2790만원이다. 그러나 발코니 확장에 약 3000만원이 포함돼 실제론 4억5000만원대 분양가다. ABC 세 타입 모두 미분양이며 0.03~0.06대 1의 극히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 지역의 미분양은 1년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평택화양 휴먼빌퍼스트시티'는 지난해 2월 전용 84㎡타입을 분양했으나 경쟁률 1.29대 1로 저조했다. 전용 59㎡타입은 0.18~0.47대 1로 미분양이었다.

분양가는 전용 84㎡타입 4억6357만원, 전용 59㎡타입은 3억2346만~3억2732만원이었다.

'포레나 평택화양'은 지난해 10월 전용 84㎡ 4억6000만~4억6380만원으로 분양했으나 경쟁률은 각 0.26대 1, 0.75대 1을 기록했다.

'e편한세상 평택라씨엘로'는 84㎡타입 분양가가 4억5270만원이다. 지난해 7월 분양에서 경쟁률은 각 0.25대 1, 0.1대 1로 대량 미분양이 발생했다.

같은 시기 'e편한세상 평택하이센트'도 84㎡ A·B 타입 분양가가 각 4억5270만원이었으나 각 경쟁률은 0.33대 1, 0.14대 1로 미분양이었다.

지난해 초 이후 미분양이 극심한 상황이지만 공급자들은 분양가를 크게 내리지 않고 무순위 청약으로 물량을 소진하고 있다.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자구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언론사 주최 경제심포지엄에서 "미분양 물량 10만호까지는 예측 내지 각오하고 있다"며 "아직도 분양가나 호가가 주변 시세나 소비자들이 기다리는 것보다 높다"고 꼬집었다.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를 낮추려는 공급자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시장 침체가 더 길어지면 분양가도 떨어질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럴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재건축 사업의 경우 조합들이 분담금을 덜 내기 위해 분양가를 높이려 하고 건설사들의 자체사업도 원자재와 시공비가 올라가고 금리도 높아 공사비 증가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이 5%를 넘기 힘든데 프로젝트 파이낸싱 금리가 7~8%로 가면 영업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우건설이 수주한 사업을 포기한 사례에서 알수 있듯이 수익을 내기 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분양가를 내리고 싶어도 내릴 여지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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