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마다 신동빈 곁 지킨 박현철..이번에 롯데건설 투입

IMF 위기 극복 롯데 컨트롤타워에 발탁..2017년 롯데월드타워 준공
'형제의 난' 이후 신동빈 체제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롯데건설 금융리스크 '소방수'로 투입

최경환 기자 승인 2022.11.25 12:14 | 최종 수정 2022.11.25 14:41 의견 0
박현철 롯데건설 사장 [자료=롯데건설]

[한국정경신문=최경환 기자] “철저하게 관리하고 투명하게 대처했어야 했는데 많이 미흡했다. 송구스럽다.”

2015년 박현철 당시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은 기자들 앞에 섰다. 지금이야 서울의 랜드마크로 우뚝 서있는 롯데월드타워지만 한창 건설중이던 2015년 당시엔 문제가 많았다. 박현철 본부장은 먼저 사과부터했다.

수족관에서 물이 새고 인근 잠실역 지하, 공영주차장 통로에서도 누수가 확인됐다. 시민들은 초고층 빌딩을 지으면서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음모론에 가까운 주장들이 난무한데는 롯데측 책임도 있었다. 별문제 아니라고 보고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초고층 빌딩의 구조적 문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나 당시 안전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은 매우 컸다.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할 때 롯데그룹은 정책본부에 있던 박현철 팀장을 롯데물산에 내려보냈다. 준공을 앞둔 롯데그룹 최대의 사업, 롯데월드타워를 마무리 짓는 임무가 부여됐다.

그룹 컨트롤타워와 계열회사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투입됐던 '특급소방수 박현철'이 이번에 롯데건설 사장으로 왔다. 그는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해 15년을 일했으니 친정인 셈이다. 그러나 박 사장 앞에 놓인 롯데건설의 과제는 만만치 않다. 롯데타워 완공 임무를 띠고 롯데물산에 부임했던 2015년 그때 이상의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 삼성엔 미전실 롯데엔 정책본부가 있었다

박현철 사장이 롯데건설을 떠난 것은 1999년이다. IMF로 대한민국 경제계가 쑥대밭이 됐던 그때 박사장은 롯데그룹 경영관리본부에 발탁됐다. 재벌기업의 폐해로 지목돼 그룹마다 기획조정실이 폐지되던 때다. 컨트롤타워의 빈자리를 각 계열사의 경영관리본부가 맡았다.

IMF 위기의 강을 건넌 박 사장은 2004년 신동빈 체제의 정책본부에 합류한다. 삼성에 미래전략실이 있다면 롯데에는 정책본부가 있었다. 신동빈 회장이 회장자리에 오르면서 조직을 창설했고 본인이 직접 본부장을 맡았다. 박현철 사장은 이곳에서 조정실장, 운영3팀장을 맡았다. 롯데 정책본부는 2004년부터 2017년 해체될 때까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인물들을 키워낸 곳이다.

박현철 사장이 다시 계열사로 내려갈 때 부여받은 임무는 롯데월드타워 준공이었다. 2015년 롯데월드타워 마무리가 한창이던 때다. 그동안 근로자 사망과 부상 사고가 잇따랐고 완공전 가사용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여론의 비판이 쇄도했다.

특히 안전성 문제가 집중제기됐다. 박 사장은 초고층빌딩의 구조적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여론에 눈높이를 맞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영화관과 수족관 안전문제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소비자들을 염려하게 만든 것은 우리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공사 현장에 일하는 모든 근로자들이 `대충은 금물`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사소한 안전문제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안전을 넘어 안심을 드리는 롯데월드타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롯데타워는 무리없이 준공돼 신격호 회장이 휠체어를 타고 123층에 올랐다.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함께했다. 박현철 롯데물산 대표가 직접 브리핑을 하고 수행했다.

롯데월드타워 [자료=롯데지주]

■ 신동빈 회장은 다시 박현철 대표를 불러 올렸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물산에 있던 박현철 대표를 2019년 롯데지주로 불러 올렸다. 2015년부터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벌인 '형제의 난'을 마무리하고 그룹을 정상화하기 위한 첫 인사였다.

박현철 대표는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맡았다. 당시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그룹의 비밀스러운 지배구조가 하나하나 드러나던 시기였다. 신동빈 회장이 언론과 국회 앞에서 사과하는 일까지 있었다. 일본 계열사와 국내계열사가 얽혀 있는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는 지탄의 대상이었다.

그룹의 핵심 리스크를 관리해 오던 박현철 대표에게 이제 롯데건설의 위기 극복이라는 과제가 부여됐다.

롯데건설은 이달 18일 보통주 148만5450주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 1782억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신동빈 회장도 자신의 롯데건설 지분만큼 증자에 참여해 사재 11억7254만원을 투입했다.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홀딩스 롯데건설을 지원했다. 내년에도 고금리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롯데건설의 '금융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은 박현철 대표 부임에 대해 "뛰어난 리스크 관리 및 사업구조 개편 역량으로 롯데건설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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