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중국 게임포털 4399네트워크의 한국 법인인 4399코리아가 신작 게임 속 이순신 장군을 중국인으로 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4399코리아는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네티즌들은 중국 게임업체들의 동북공정이 끊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고의라고 판단해 거세게 항의했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4399코리아는 신작 모바일 전략게임 '문명정복: Era of Conquest(이하 문명정복)'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14일 한국과 북미, 유럽, 아시아 등지에 퍼스트 서버를 오픈했다고 밝혔다.
이 게임은 전 세계 8개 지역의 문명을 바탕으로 국가를 건설해 다른 유저들과 경쟁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문명정복의 중국 버전에서는 ▲중국 ▲일본 ▲로마 ▲프랑스 ▲영국 ▲아랍 등 6개 문명이 등장했지만 글로벌 버전에서는 한국과 독일이 추가됐다. 이 중 한국 문명을 선택해 플레이하면 선덕여왕과 이순신 장군이 한국의 대표 영웅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실제 게임과는 달리 배너 광고에는 이순신 장군이 중국 영웅으로 표기됐다. 해당 광고의 우측 상단에는 한글로 '중국 문명 이순신'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해당 광고를 본 네티즌들은 이를 공유하며 분노했고 논란은 빠르게 번져나갔다. 많은 이들이 이메일로 4399코리아에 항의하자 4399코리아는 실수를 인정하고 그와 관련된 모든 광고를 중지했다.
4399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광고 대행사의 실수"라고 해명하며 "홍콩에 있는 글로벌 광고 대행사에서 소재 검수를 거치지 않고 광고를 진행해 문제가 됐다. 대행사측에서 한글을 몰랐던 탓에 장군 캐릭터만 보고 중국으로 표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순신 장군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해전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승리를 기록한 영웅으로 '성웅 이순신'으로 추앙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마저 중국인으로 묘사했기에 게이머들의 분노 또한 남다르다.
게다가 중국 측 광고제작 대행사의 '실수'라는 명목으로 수 년간 꾸준히 광고 논란이 이어져왔다. 지난 2020년에는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가 출시한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니키'가 한국 진출을 기념하면서 '한복' 아이템 의상을 선보였다. 이에 중국 누리꾼들이 "한복은 중국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고, 국내 누리꾼이 반발하자 이 게임사는 한국판 서비스를 종료해버렸다.
지난해에는 중국 게임 '스카이: 빛의 아이들'에서 아이템으로 등장한 '갓'을 놓고 중국 누리꾼들이 트집을 잡았다. 이에 게임사 대표가 갓을 중국 문화로 여기는 발언을 해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4399코리아는 광고 대행사의 실수라고 밝혔지만 최종 검수의 책임이 있는 광고주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대행사가 한글을 몰랐다'는 해명도 말이 안 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4399코리아는 ‘기적의검’, ‘헌터W’를 포함해 다수의 양산형 게임을 국내에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기적의검'은 과도한 스팸 광고를, '헌터W'는 광고와 실제 게임의 그래픽이 달라 논란이 일었다.
회계법인 오현이 지난 2월 24일 공개한 4399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074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25억원에 순이익은 17억원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인 게임 매출치고는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굉장히 적게 잡혀 있다.
반면 광고선전비로만 852억원 이상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매출의 절반을 광고비용으로 쓴 것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광저우 4399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Guangzhou 4399 Information Technology co.,Ltd)라는 특수관계자에 사용료 명목으로 592억원가량을 지불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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