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무인항공시스템(UAS) 산업이 비상하려면

이상훈 기자 승인 2022.07.04 17:08 | 최종 수정 2023.02.22 11:59 의견 0
필 케널, 미국표준협회 F38위원회 회장. [자료=한국항공안전기술원(KIAST)]

[필 케널=미국표준협회 F38위원회장] 다음 산업 혁신의 무대는 하늘이다. 그리고 그 무대의 주인공은 드론 등 무인항공시스템(Unmanned aircraft System, UAS)이다. 무인항공시스템을 하늘의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이유다.

우리는 이미 무인항공시스템에 익숙하다. 드론이 비행하며 TV 방송을 촬영하고 사람을 대신해 농약을 뿌린다. 물건을 배송하기도 하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들어가 재난 구조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무인항공시스템이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면서 관련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상용 무인항공시스템 시장은 2020년 94억3000만달러(약 11조7000억원)에서 2025년 222억8000만달러(약27조8000억원)로 연평균 성장율이 18.8%에 달한다. 그리고 이런 성장은 무인항공시스템의 최종 목적인 개인 운송이 실현되면 더 가속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수의 국가들이 무인항공시스템 관련 성장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16년 발표한 드론 국가산업표준을 시작으로 2017년 드론 산업발전 기본계획, 2020년 드론 산업 육성정책 2.0 등 산업 육성을 위한 계획을 연달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 드론 시장 7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본 계획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무인항공시스템 관련 한국 시장 규모를 1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인항공시스템 산업이 성장하려면 국가의 지원 정책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장비가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안전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프로토콜과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많은 드론이 하늘에서 원활하게 비행하려면 제조업체, 기존 항공사, 드론 운영자, 규제 기관 및 민간인 등 드론 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통일된 원칙과 방향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토교통부가 올해 초 K-UAM(Korea Urban Air Mobility) 그랜드 챌린지를 도입하며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도심항공교통(UAM) 생태계를 개발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규칙과 규정을 논하는 과정에서 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규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혁신을 방해할 정도로 작은 규정까지 정하지 않으면서 안전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산업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규정과 규율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필자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최신 산업 개발을 위해 지식과 기술, 실질적인 경험을 가진 글로벌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에서 만든 성능 표준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성능 표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능 표준을 정하면 특정한 기술이나 장비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안전 프로토콜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 사항이 가능하다. 또한 성능과 경제성이 모두 확보되면서 경쟁력이 강화된다.

성능 표준을 정할 때는 앞서 이야기 했듯이 얼마나 다양하며 권위있는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는지가 중요하다. 규제 기관, 제조업체, 운영자 및 기타 관련 기관의 동의를 얻기 위한 시간과 자원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소속돼 있는 미국표준협(ASTM)는 한국을 포함한 35개국 이상에서 600명 이상의 이해 관계자 의견을 바탕으로 국제 무인항공시스템 표준을 설계했다.

두 번째 원칙은 성능 표준을 정한 후 항공 안전을 책임지는 주요 인증 기관과 협력하는 것이다.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면서 각국의 상황에 맞는 무인항공시스템의 프로토콜과 규칙을 개발할 수 있다.

두가지 원칙을 따른다면 산업의 혁신을 지키면서 건전한 경쟁을 장려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수 있을 것이다. 미국표준협회는 이러한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각국의 주요 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지난 4월 한국항공안전기술원(KIAST)과 체결한 MOU다.

KIAST와 미국표준협회는 이번 MOU를 통해 무인항공시스템 산업 표준화를 위한 장기적 파트너십을 가지기로 협의했다. KIAST는 국토교통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항공안전증진 및 항공제품, 항행보조기구, 항공보안시설 인증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기관으로 무인항공시스템 관련 한국의 대표적인 이해관계자다. 두 기관의 파트너십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빠른 기술 이전과 규율 지원을 통해 한국의 무인항공시스템 관련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다.

<필 케널 미국표준협회 F38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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