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연간 내부감사만 수천건인데..잇단 횡령사건에 내부통제 ‘한계론’

우리은행 이어 신한은행에서도 2억원 횡령사건
상시 감시체계 갖추고도 적발율은 절반 수준
내부통제로 횡령 막을 수 있나 자조 목소리도
예방적 차원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논의 필요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5.18 11:43 의견 0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연간 수천건의 내부 감사를 실시하고도 횡령사고 발생을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각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은행에 이어 최근 신한은행에서도 2억원대 횡령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중은행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연간 수천건의 내부 감사를 실시하고도 횡령사고 발생을 막지 못해 내부 통제 시스템만으로 금융사고를 막기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부산의 한 영업점에서 직원이 은행돈 2억원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 신한은행은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시재금(고객 예금을 대출하고 금고 안에 남은 돈) 횡령 사실을 파악하고 자체 감사에 나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매일매일 실시하는 시재금 감사 과정에서 횡령 당일 발견이 됐다”며 “시재 감사라고 하는 내부통제시스템 속에서 적발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측은 내부감사를 통해 이번 횡령 사건을 적발할 수 있었다며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횡령 발생 자체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은행들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은행권 표준내부통제기준에 따라 내부통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 내부감사를 통해 은행 임직원들이 직무를 수행할 때 일련의 통제 과정과 법령을 준수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한다.

은행들이 사업보고서에 첨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실시되는 내부감사만 수천건에 달한다.

최근 600억원대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영업점과 본부부서에 대한 내부감사만 2901건을 실시했다.

사전감사와 사후감사로 구분되는 일상감사는 2553건, 종합검사와 부문검사는 각각 196건, 152건을 실시했다.

감사보고서를 통해 내부감사 운영실적을 공개한 KB국민은행의 경우에도 지난해 일상감사는 3164건, 일반감사와 특별감사는 각각 903건, 48건 실시했다.

감사부서가 아닌 영업점 자체적으로 매일 실시하는 일일감사까지 감안하면 은행의 내부감사는 상시 감시체계라고 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감사가 일상이고 떼려야 뗄 수 없다”며 “영업점 같은 돈을 만지는 곳일수록 감사가 더 많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매일매일 돈이 들어가고 나가는 은행에서는 감사 업무가 일상”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돈을 다루는 은행 업무의 특성상 내부통제 기준이 더 엄격하고 감시도 촘촘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횡령사고가 발생하는 것을을 막지 못하는 것은 내부통제시스템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정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177건의 금융사고 발생했다. 이중에서 내부감사를 통해 적발한 건수는 79건에 불과해 적발율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시민단체들은 은행의 횡령 사건이 은행 내·외부의 감시·감독 체계의 총체적 부실로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은행들에 대한 더욱 엄격하고 철저한 감독체계로 개선해야 된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시중은행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감시·감독 체계가 발동됐음에도 대형 범죄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모든 은행들에 대한 강도 높은 검사와 엄격한 감독이 시행되도록 금감원의 감시·감독 체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아무리 내외부 감시·감독 체계를 강화한다고 해도 횡령과 같은 범죄 행위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감사를 통해서 모든 게 100% 걸러지면 좋지만 감사를 수백 수천건을 해도 어디선가 이런 일이 생긴다”면서 “치밀하게 준비해서 대놓고 사기를 치는 걸 감사를 통해 걸러낼 수 있으려면 정말 뭔가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가 마무리되면 그 결과를 놓고 내부통제시스템을 어떻게 보완할지 은행권의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방적 차원에서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당국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은행권에서 계속 횡령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니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