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높이는 글로벌 탈엔진 전동화..현대차그룹, 엔진개발 중단

이상훈 기자 승인 2021.12.26 11:04 | 최종 수정 2021.12.26 11:58 의견 0
현대차가 공개한 아이오닉7 컨셉트카. [자료=현대차]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엔진개발센터를 없애고 배터리개발센터를 신설하는 내용의 연구개발본부 조직 개편을 단행해 눈길을 끈다. 빠르게 늘고 있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내연기관에 소요되던 R&D 인력과 비용을 전기를 기반으로 구동하는 전동화 모델에 집중 투자해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 한국, 2030년까지 온실가스 대폭 감소..현대차그룹 엔진개발 올스톱

[자료=현대차]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의 친환경차를 450만 대 보급한다. 세부적으로는 2020년 전체 신차 판매의 12%(22만 6,000대)에 해당하던 친환경차 판매를 2025년까지 51%인 91만 대, 2030년까지 83%인 150만 대로 확대하며, 충전 인프라도 2025년까지 50만 기 이상 구축한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 부품 소재 국산화, 전용 플랫폼 개발 등을 지원해 전기차 구매 진입 장벽도 낮출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7일 R&D본부는 산하 파워트레인 담당 조직을 전동화개발 담당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엔진개발센터는 폐지됐고 배터리개발센터가 새로 추가됐다. 폐지된 엔진개발센터 산하 조직들은 전동화설계센터 등 다른 센터 산하로 옮겨졌다.​

신설된 배터리개발센터 산하에는 배터리설계실과 배터리성능개발실, 배터리선행개발실 등이 자리 잡는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직접 양산하지는 않더라도 기술 개발은 주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파워트레인시스템개발센터를 전동화시험센터로, 파워트레인성능개발센터를 전동화성능개발센터로, 파워트레인지원담당을 전동화지원팀으로 명칭을 각각 변경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현대차그룹에는 '파워트레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조직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다. 1991년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 알파엔진을 내놓은 지 30년 만에 엔진 개발을 포기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전세계적인 탄소배출 규제 강화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각국 정부는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최근 몇 년간 탄소 배출 저감의 규모와 강도를 키워왔다. 후 변화 대응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이에 맞춰 전동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조사업체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각국 정부가 선언한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 가운데 60%가 전기차같은 무공해 차량으로 채워져야 한다.​

올해 출시해 전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은 전기차 '아이오닉5'. [자료=현대차]

현대자동차는 2045년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완성차 중 전동화 차량의 비중을 2030년 30%, 2040년 80%로 끌어올린다. 현재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순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IONIQ)을 통해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이끌어낸 아이오닉 5에 이어 앞으로 중형 세단과 대형 SUV 등 2종의 신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 2020년 아이오닉 브랜드의 두 번째 모델을 예측할 수 있는 콘셉트카 프로페시를 공개했으며, 최근에는 LA 오토쇼에서 아이오닉의 세 번째 라인업이 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대형 SUEV인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SEVEN)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아는 중장기 전략 ‘플랜S’를 통해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브랜드로 탈바꿈한다. 2027년까지 현대차그룹의 순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새로운 전용 전기차 7종을 선보이며, 그 시작으로 올해 첫 전용 전기차 EV6를 출시했다. EV6를 선두로 기아는 202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6.6% 점유율을 확보하고, 2026년까지 전기차 연간 판매 50만 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공개한 첫 대형 전동화 SUV 콘셉트카인 더 기아 콘셉트 EV9도 기아의 이런 전략을 뒷받침하는 모델이다. 이를 통해 유럽에서는 2035년, 주요 시장에서는 2040년부터 전동화 모델만 판매하며 진정한 친환경 브랜드로 거듭난다.

■ 유럽, 전 세계 최초 탄소 중립 대륙 목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전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기로 했다. 자동차의 탄소 배출 규제는 현재 승용차 95g CO₂/km, 소형 상용차 147g CO₂/km의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2025년까지 기존과 동일한 15% 감축을 유지하다 이후에는 5년을 주기로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후 2030년까지 승용차는 기존의 37.5%에서 55%로, 소형 상용차는 31%에서 50%로 감축 수준을 높인다.

​동시에 2030년에는 유럽 전역에 판매되는 신차의 35%를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로만 구성하며,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 순수 전기차(BEV), 수소전기차(FCEV) 등 탄소 배출 제로 차량(Zero-Emission Vehicle, ZEV) 또는 탄소 배출이 적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판매 및 유통만 가능한 것이다. 이를 통해 2050년 이후 유럽 내에서 내연기관차를 퇴출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 세단인 EQE(왼쪽)와 BMW의 전기 SUV iX. [자료=각 사]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전동화 전략을 기존의 ‘일렉트릭 퍼스트(Electric first)’에서 ‘일렉트릭 온리(Electric only)’로 수정하면서 신속한 추진 계획을 밝혔다. 2022년까지 전체 라인업에 전기차(BEV)를 도입하고, 2025년부터는 중대형 승용차 ‘MB.EA’, 고성능차 ‘AMG.EA’, 상용차 ‘VAN.EA’ 등 세 가지의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를 적용한 신차만 선보인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전 라인업을 전동화 모델로 전환한다.​

BMW 역시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i를 앞세워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인 ix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2023년까지 13종의 신규 전기차를 선보여 고성능 브랜드인 M을 포함한 전체 라인업의 90%를 순수 전기차로 채울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전기차 누적 판매 200만 대를 달성하고, 2030년에는 전체 판매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한 2030년에는 전 세계 시장에 전기차 약 1,000만 대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다.​

폭스바겐의 첫 번째 전기 SUV ID.4(왼쪽)와 볼보의 첫 전기차 XC40 리차지(Recharge). [자료=각 사]

폭스바겐그룹은 2030년까지 그룹의 중장기 전략인 ‘뉴 오토(New Auto)’에 따라 탈탄소화를 진행한다. 2025년까지 전동화와 디지털화 부문을 주축으로 미래 기술 개발에 730억 유로를 투입해 통합 아키텍처인 메카트로닉스 플랫폼 SSP(Scalable Systems Platform)와 통합형 배터리 셀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SSP 기반의 전기차는 2026년부터 생산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폭스바겐 브랜드는 2030년까지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전환한다. 아우디는 2026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만 선보이고, 2033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순차적으로 중단해 2050년에는 완벽한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볼보는 올 초에 출시한 브랜드 첫 전기차 XC40 리차지(Recharge)를 시작으로 전동화에 박차를 가한다. 2025년까지 전체 생산의 50%를 전동화 모델로 전환해 전 세계 시장에 1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나머지 50%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며, 하이브리드 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2030년에는 완전 무공해차만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전 세계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100% 전동화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 미국, 충전 인프라 확충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

미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의 절반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운송 부문에서 탄소 억제 정책의 핵심은 충전소 설치다. 전기차 구매를 꺼려하는 요인인 1회 충전 시 이동거리를 충전 인프라로 해소하겠다는 전략으로, 2030년까지 75억 달러를 투자해 50만 개 이상의 충전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미국산 전기차 구매 시 금액의 최대 50%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제네럴 모터스 산하 브랜드인 GMC의 전기 픽업 트럭 허머 EV(왼쪽)와 포드의 F-150 라이트닝(Lightning). [자료=각 사]

제네럴 모터스(GM)는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얼티움(Ultium) 플랫폼과 얼티움 배터리 시스템을 통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에 350억 달러를 투자해 현재 2세대인 얼티움을 지속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30종의 신규 전기차를 선보인다. 또한 내년 GMC의 전기 픽업 트럭인 허머 EV를 시작으로 쉐보레와 뷰익 등 산하 브랜드에서 다양한 차종을 출시한다. 또한, 전기차 생산 능력을 연간 10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30년에 시장 1위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2035년에는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2040년에는 전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만 생산한다.

포드는 전동화 시대에서 생존을 넘어 2년 내에 시장 2위로 발돋움하기 위해 수직 계열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을 택했다. 수직 계열화는 하나의 제품 생산에서 판매까지, 모든 단계의 작업을 하위 계열사로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전기차 생산 능력을 2년 안에 연 6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35년까지는 주요 시장에서, 2040년부터는 전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만 판매할 예정이다. 포드의 본격적인 시장 공략은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으로 시작되며 이후 2024년까지 전체 라인업에 전동화 모델을 추가한다.

■ 중국,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 지위 유지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탄소 중립 달성 시기는 2060년으로 다른 국가와 비교해 10년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운송 수단 보급 전략에서는 다른 국가보다 더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신에너지차 산업 발전 계획안’을 통해 2025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 중에 전기차를 비롯한 신에너지차의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공공 교통수단부터 전면적인 교체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2030년에는 40%, 2035년에는 50% 이상으로 확대해 신차 4,000만 대 중에 최소 2,000만 대를 신에너지차로 채운다. 동시에 내연기관 신차도 판매를 금지해 내연기관차의 비중을 점차 낮출 것으로 보인다.​

니오의 7인승 SUV eS8(왼쪽)과 샤오펑의 고급 세단 P7. [자료=각 사]

중국의 3대 대표 전기차 업체들도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니오는 배터리 충전 방식이 아닌 교체 방식에 승부를 건다. 배터리 교체 방식은 사용한 배터리를 충전소에서 미리 충전한 배터리로 교체해 전력을 충전하는 것을 말한다. 니오는 올 상반기 중국 전역에 배터리 교체 인프라인 파워 스왑 스테이션(Power Swap Station)을 300개 구축했고, 2025년까지 100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아울러 운영 중인 충전소도 향후 1만 5,000개까지 확충할 예정이며, 대표 모델인 eS8과 eS6, eC6에 이어 2022년까지 신차 4종을 추가로 선보여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샤오펑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지난해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706km인 스포츠 세단 P7을 선보였으며, 중국에서 50%, 해외에서 50% 전기차 판매 의지를 밝혔다. BYD는 배터리 내재화에 성공해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생산 수직 계열화로 전기차의 부품 80% 이상을 자체 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으며, 자동차용 반도체도 직접 생산하고 있다. 2035년 주요 시장에서, 2040년부터는 전 세계에서 전기차만 판매할 계획이다.

■ 일본, 전기차 대응 늦은 만큼 기술 혁신으로 승부

일본은 탈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2035년에는 완전히 금지하기로 했다. 또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충전 인프라 확충과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 업체의 전동화 사업 전환을 지원하고, 직접 투자도 단행한다. 다만, 일본의 100% 친환경차 전환에는 전기차를 비롯해 내연기관과 모터가 함께 탑재되는 하이브리드차도 포함된다.​

도요타의 전기 SUV bZ4X(왼쪽)와 혼다의 소형 전기 해치백 혼다 e. [자료=각 사]

일본 완성차 3사는 전기차 개발에 늦은 만큼 이른바 궁극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다. 도요타는 글로벌 완성체 업체 중에 가장 먼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시작했으며, 여기에 앞서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bZ를 공개해 전기 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2022년 출시 예정인 전기 SUV인 bZ4X를 시작으로 상용차를 포함해 2025년까지 15종, 2030년까지 총 30종의 전기차(BEV)를 선보인다. 이후 2050년까지 제품 라인업에서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없앤다는 전략이다. 렉서스는 2030년까지 전 라인업에 전기차를 도입하고, 2035년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하는 모델 전부를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혼다도 2020년대 후반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늦어도 내년 1분기 이전에 전고체 배터리의 시험 생산에 돌입, 2020년대 후반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지난해 출시한 소형 전기 해치백 혼다 e에 이어 내년 초에 전기 SUV를 추가해 본격적으로 전동화 모델을 출시한다. 2030년까지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최대 70%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이며, 2035년까지 이를 80%로 확대, 2040년에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100% 바꿀 예정이다.

​닛산 또한 최근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전동화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로 높이기 위해 향후 5년간 자체 배터리 및 전기차 개발에 2조 엔을 투입한다. 2027년까지 20종의 신규 전기차를 출시하고, 2030년까지 3종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닛산은 일본을 비롯해 미국, 중국,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만 판매하고, 최종적으로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만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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