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친환경차의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폐 배터리의 재활용 방안도 서서히 논의되고 있다. 초기 전기차의 경우 2011년부터 출시됐는데 이는 수명 10년을 채운 배터리가 이제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3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이상 배터리를 사용해 배터리 성능이 70%를 밑돌기 시작하면 이들 배터리는 서서히 폐 배터리로 배출되기 시작하게 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충전능력이 초기 용량 대비 70% 이하로 감소하면 운행상의 이슈로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므로 폐 배터리 시장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폐 배터리는 재생 배터리로 다시 전기차에 활용하는 재활용(Recycling)하는 방법과 회수해 폐 배터리 상태를 평가하고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장치)나 UPS(Uninterruptible Power System, 무정전전원장치)로 재사용(Reuse)하는 방법이 있다. SK온은 이 중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해 '친환경 ESS'를 만든다고 29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초기 용량 대비 70% 이하로 성능이 저하된 배터리는 급제동이나 급가속 등 고출력을 요구하는 자동차에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이를 용도 변경하면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재사용 시 배터리 팩 단위로 분해해거나 셀, 모듈 단이로도 분해해 재사용할 수 있다. 다만 셀-모듈-팩 단위로 분해 비용과 난이도가 증가하게 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불량률이 높아져 배터리에 대한 적합성 검사가 중요해진다.
국내에서는 ESS로의 재활용 방법이 대두되고 있다. 이미 현대자동차가 폐 배터리와 새 배터리를 결합해 ESS로 사용한 사례가 있다. 또 GM, BMW, 닛산 등에서도 전기차 배터리를 ESS로 재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ESS로 재사용하는 것도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 등 잔존가치 평가가 요구된다. 앞서 ESS 화재 사건도 수차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SK온은 한국전기안전공사, SK에코플랜트, 케이디파워와 손잡고 ESS 구축을 위한 4자간 협약을 체결했다.
SK온이 폐차된 전기차에서 수거한 배터리로 케이디파워와 ESS를 구축하고, 향후 2년 동안 SK에코플랜트가 건설 중인 경기도 안양 아파트단지 현장 임시동력설비에 ESS를 설치해 공동 운영하면서 실증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설치된 재사용 ESS를 수시로 안전 점검하고 향후 재사용 배터리를 활용한 ESS 산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관련 세부 기술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SK온과 SK에코플랜트는 배터리를 재사용해 ESS를 구축하면 환경 친화적인 자원선순환을 이뤄낼 뿐 아니라, 전기료가 비싸고 순간적인 전력 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추가적인 과금이 부과되는 전력피크제가 적용되는 건설현장에 유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SK온과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재사용 배터리를 활용한 ESS를 구축하기 위해 산업자원통상부로부터 규제특례 승인을 받아내, 재사용 배터리로 제작한 ESS를 시범적으로 구축할 수 있게 됐다.
SK온은 이번 실증 기간 동안 실시간으로 ESS 운영 데이터를 수집하고 4자간 공동 분석해 성능 및 안전성을 검증키로 했다. 재사용 배터리를 활용한 ESS를 향후 BaaS(Battery as a Service, 서비스형 배터리) 사업모델로 키우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SK온은 석유 화학 비즈니스에서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하는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카본 투 그린' 비전의 핵심 계열사다. 재사용 ESS는 특히 수명을 다한 차량에서 수거한 배터리로 만든다는 점에서 기존 ESS와 차별화되는 친환경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온 손혁 이모빌리티사업부장은 "이번 4자 협력을 통해 친환경 자원선순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배터리 재사용 사업 영역에서 BaaS 모델을 구축하게 됐다"며 "내년에는 친환경 ESS를 중심으로 글로벌 파트너와 다양한 시범 서비스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1조6500억원에서 2030년 약 20조2000억원, 2050년에는 6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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