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머지플러스 사태' 관리감독 부재가 피해 키웠다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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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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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기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사무실 앞은 코로나19 방역수칙도 잊은 듯 분노한 사용자들이 다수 모여 있었다. 전날부터 몰려든 피해자들은 뺴곡히 사무실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고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1000만원이 넘게 충전한 금액을 환불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머지플러스 측은 공지사항과 문자메시지로 환불 절차를 진행하며 본사를 방문해도 환불이 어렵다고 밝혔지만 이미 사무실에 찾아가 환불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일부 환불 받은 이들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머지플러스 사무실 인근 피해자들이 속속 본사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현재 머지플러스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재택근무 중이다. 13일 현재 사무실에는 단 두 명의 직원만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나. 성난 사용자들에 놀란 직원은 119를 부르기도 경찰 출동을 요청하기도 했다. 건물에 들어가지 못한 가입자들은 건물 밖 200m 이상 줄을 서 있을 정도로 피해자 수가 상당했다.
머지플러스에 이처럼 많은 이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것은 머지플러스가 시중가의 20%에 이르는 할인율을 자랑하는 머지포인트를 판매해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품권 할인율은 보통 5% 내외인데 머지플러스는 10만원어치 상품권을 8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었다. 20%라는 높은 할인율 때문에 수백만 원씩 충전해 사용한 이들이 적잖다. 실제 머지플러스의 머지포인트는 2017년 10월부터 서비스돼 왔고 제휴 사용처도 꾸준히 늘어 가입자들은 별 의심 없이 머지포인트를 구매하고 사용해왔다.
높은 할인율에 힘입어 누적 회원 100만명, 일일 평균 접속자 수가 20만명에 달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한 머지플러스는 그러나 상품권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원금을 보장할 장치가 전무해 피해가 커졌다. 사용자의 혜택은 다음 상품권 구매자의 돈으로 메꿨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머지플러스의 적자 폭은 커졌다.
머지플러스 측은 늘어난 사용자를 바탕으로 구독모델로 플랫폼을 전환한 후 외부 투자를 받을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어마어마한 피해자가 생겼다. 현재 사용 가능한 곳이 없어 서비스를 정상화하더라도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실제 머지플러스 측은 사업 정상화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머지플러스는 온라인 상품권에 가까운 머지포인트를 판매하면서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고객이 충전했지만 쓰지 않은 돈(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 자본 비율이 20%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머지플러스는 이를 지키지 않았고 전자금융업차로 등록하지 않아 규제당국으로부터 규제를 받지 않았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피해규모를 키운 머지플러스는 충전한 소비자, 결제 후 정산을 받지 못한 소상공인, 상품을 판매한 이커머스, 제휴를 맺은 KB국민카드· 하나멤버스 등 온·오프라인 곳곳에 피해자를 만들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머지플러스 사태를 거울삼아 또 다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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