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그 결과 전기차 가격도 점점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다. [자료=테슬라]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2021년은 합리적 가격에 고성능을 겸비한 전기차가 줄줄이 출시되며 본격적인 전기차 대중화의 물꼬를 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인 비싼 가격이 차츰 낮아지고 있다. 전기차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배터리 팩 가격이 해마다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어 좀 더 현실적인 가격으로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 1kWh 배터리 팩 가격, 10년간 89% 하락
5일 블룸버그 신재생 에너지 재단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재단이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팩 가격이 89% 하락했다. 10년 전만 해도 kWh당 1110달러(약 120만원) 수준이었던 배터리 가격이 이제는 1kWh당 137달러(약 15만원) 까지 떨어졌다. 리포트는 몇 년 안에 내연기관 차량과 가격경쟁력을 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 전기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전기차 제조단가의 48%를 차지하는 배터리 팩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문해왔다. 1kWh 당 100달러까지 내려가야 내연기관차와 견줄 만한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실제 배터리 팩 가격은 10년 전 1kWh 당 1110달러에서 2014년 700달러, 2016년 290달러, 2019년 156달러로 꾸준히 하락해왔다. 업계에서는 향후 5년간 연평균 8%가량 배터리 팩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머스크 "2022년까지 배터리값 56% 내릴 것"
지난해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배터리 데이 행사를 통해 2022년까지 배터리 가격을 56%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자료=테슬라]
지난해 50만대 가까이 전기차를 판매한 테슬라도 배터리 가격 인하를 통해 전기차 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해 9월 열린 '배터리 데이'에서 "18개월 뒤 배터리 가격을 지금보다 56%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머스크는 "현재 배터리는 너무 작고 비싸다"면서 "가격 문제를 넘어 효율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하고 제조 공정을 단순화해 전기차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테슬라 차량은 배터리 생산원가 감소와 모델3와의 플랫폼 공유로 연구개발(R&D) 비용을 절약하는 방식으로 신형 전기차 '모델 Y'의 가격을 크게 낮췄다. 이달 중 중국에서 공식 판매에 돌입하는 모델 Y의 롱라이프 버전 가격은 33만9000위안(한화 약 5670만원)이다. 한 번 충전으로 59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모델 Y의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30%나 저렴하게 출시된 셈이다.
■ 정부 R&D로 원가 절감, 2025년 1000만원 추가 인하
현대자동차의 'E-GMP' 플랫폼. [자료=현대차]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가 5000만원대에 출시될 전망이다. 배터리 가격이 낮아진 만큼 아이오닉 5의 가격을 훨씬 공격적으로 책정할 수 있게 됐다. 여기다 개정된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이 차량가격 6000만원 미만인 경우에 100% 지원하게 돼 있어 아이오닉 5는 실구매가격이 최저 3000만원대 후반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공개된 아이오닉 5 사양을 종합하면 배터리 용량에 따라 1회 충전 시 58㎾h 기준 450㎞, 73㎾h 기준 550㎞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이 5.2초에 달한다. 최고 출력은 313마력이다. 여기에 800V 충전 시스템이 장착돼 18분이면 80%까지 충전할 수 있고 자동차를 보조배터리로 활용할 수 있는 V2L 기능도 적용됐다.
한편 정부는 '2025년 전기차 113만대·수소차 20만대 보급'을 목표로 민간과 협력해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 시스템에 대한 R&D를 진행하고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R&D를 통한 원가 절감으로 2025년 전기차 가격을 지금보다 1000만원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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